별빛 무지개가 비추는 저수지의 고요한 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금요일 저녁 도시의 혼잡함을 피해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심을 벗어났다. 서울 시내 곳곳을 지나며 교통 체증과 답답함 속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구의 차 한 잔 하자는 말에 그때 머릿속에 기천저수지가 떠올랐다.
기천저수지는 평소 조용히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화성시 기천리에 위치한 곳이며 노지캠핑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 밤, 우리는 이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대충 마트에 들러 고기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고, 차에 항상 실려있는 간단한 캠핑 장비를 꺼내 텐트를 설치했다. 랜턴을 켜자 비로소 캠핑의 실감이 났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면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었겠지만, 길에서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저수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래도 저수지는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며 적당히 차가운 공기와 고요함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캠핑의 묘미는 당연히 삼겹살이지!" 우리는 돼지기름에 볶아낸 김치와 함께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었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에 치여 바쁘게 지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기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저수지의 물소리와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우리의 대화에 고즈넉한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비록 모기에게 나의 피를 조금 헌혈했지만, 그것조차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별들이 저수지 위에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담요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슴속 답답함이 저 멀리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챙겨 온 원두를 드립퍼에 넣어 드립커피를 준비했다. 커피 향이 반짝이는 저수지의 물결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춤을 추며 나의 콧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세상에 이런 행복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날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불꽃이 춤을 추며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각자의 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빛에 비친 친구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이 사라지고, 편안함과 행복이 묻어났다.
이 작은 탈출이 주는 큰 행복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일은 다시 바쁜 일상이겠지만, 오늘 밤의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를 미소 짓게 할 것이다. 기천저수지에서 보낸 이 금요일 밤은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퇴근 후 여자 둘이 떠난 작은 모험,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힘을 얻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