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을 틔운 보리지와 캐모마일 그리고 지각쟁이 베르가못

초보 식덕의 씨드키퍼 키트 도전기 No.2

by 최은진

브런치에 씨드키퍼 키트 도전기의 첫 글을 쓴 후 며칠 간 촉촉히 흙을 적셔주며 내 키트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만을 바랐다. 싹이 안 자랄 수도 있고, 여러 식물 관련 글을 보면서 씨앗부터 키우는 게 훨씬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을 키웠는데 씨드키퍼 도전기 2탄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씨앗이 몇 개는 아예 안 자라기도 하고, 또 자란 친구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속도로 자라서 먼저 분갈이를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써야 될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시험이 대략 끝난 지금 글을 적고 있다.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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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6일, 씨드키퍼 키트의 씨앗들을 심었다. 팰릿의 흙이 생각보다 빠르게 마르는 듯하여 물을 신경써서 줬다. 그렇게 5일 만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운 친구는 '보리지'였다. 씨앗의 크기가 가장 컸고 그래서 가장 먼저 박차고 나온 듯하다. 상대적으로 씨앗의 크기가 작으면 더 키우기 어려운 것 같다.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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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바로 다음 날 22일, 캐모마일의 싹이 돋아났다. 너무너무 신났다. 이렇게나 작은 줄기가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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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지 싹과 비교하면 정말 점 하나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작았다. 뭔가 정말 작은 줄기가 나오니까 상대적으로 줄기가 굵은 보리지에 비교하여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캐모마일은 고개를 채 들지 않은 상태!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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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3일은 보리지가 하나 더 싹을 틔웠고, 캐모마일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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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지는 가장 먼저 싹을 틔웠는데 씨앗에서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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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일이 더 지나 11월 26일에 보리지 두 개가 엄청나게 커져 버렸고, 새로운 보리지에서는 싹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모마일도 두 번째 싹을 틔웠다!! 사실 캐모마일에는 더 많은 씨앗을 심었는데 두 개 밖에 안 자라서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두 개라도 무사히 자라주어 좋았다.


그렇게 보리지와 캐모마일만 자라서 나머지 세 개는 싹이 안 트는 줄 알았다. 새싹이 하도 나지 않으니까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그 분은 여름에 키우긴 했지만 3일 만에 싹이 대부분 자란 것 같았다. 내 친구들은? 이미 죽었나? 나오기도 전에 뭐가 잘못됐나? 물을 너무 많이 줬나? 추웠나?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도 뭔가 미련을 버릴 수가 없어서 팰릿에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물을 주면 내일은 자라지 않을까, 또 내일이 되면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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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넘는 시간동안 반신반의하며 물을 준 결과 나는 마음이 너무나 뭉클했다.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지만 진짜로 뭉클했다. 베르가못이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정말로 안 자랄 줄 알았는데 내가 이렇게 물을 주는 게 그냥 흙에다가 맹목적인 믿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자랐다. 마침내 자랐다.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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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먹고 난 요거트 통에다가 화분을 만들어주었다. 보리지는 각각 하나씩, 베르가못 한 자리, 캐모마일은 둘이 함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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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자라는 보리지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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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지의 그림자가 예뻐서 찍어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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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티끌 같이 작은 씨앗에서부터 출발한 캐모마일과 베르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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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은 다 하나씩 화분에 넣어주었는데 캐모마일은 옮겨 심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함께 심어줬다. 그래도 아직은 잘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그닥 빨리 자라지는 않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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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라 만들어준 간이 온실이다. 요거트 통 위에 거꾸로 카페 일회용 컵을 씌워주었다. 습기가 잘 차는 걸 보니까 덜 추울 것 같긴 한데 아직 초보 식덕이라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리고 아쉽지만 아마 씨드키퍼 도전기는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틀 전에는 보리지가 맥이 풀려 쓰러지기도 하고, 초보 식덕에게는 씨앗부터 키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정말 잘 키워서 좋은 소식이 들리면 또 올릴 수 있겠지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닐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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