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집 촬영지로 쓰인 운현궁 양관
좁은 취향이 확고하기까지 할 때가 있었다. 그때 당시 멜론 TOP 100, 천만 영화 관심 없어!! 하며 시니컬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2016년 아주 많은 인기를 끌고,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가 된 <도깨비>도 난 본 적이 없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열심히 보냈던 2021년! 12월에 종강하자마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워서 넷플릭스와 왓챠, 티빙을 열심히 봤고 5년이 지난 2021년이 돼서야 <도깨비>를 봤다. 촬영지 다니는 것을 원래도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 '운현궁 양관'을 다녀왔다. 오늘은 (01/15) 도깨비 집 '운현궁 양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수요일부터 기다렸던 '운현궁 양관' 나들이. 겨울은 원래도 날이 탁하기도 하고 요즘 미세먼지와 구름이 하도 많아서 전날 저녁에 시리에게 물어봤다. 내일 서울 날씨 어때? 시리는 흐릴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기대를 반쯤 접고 갔는데 글쎄 내가 딱!!! 도착했을 때!!! 건물에 해가 들고 있었다. 완전 행운! 럭키!
이게 내가 들어가자마자 본 '운현궁 양관'이다. 햇살이 들어서 겨울인데도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햇살을 받아서 그런지 건물 벽 색이 훨씬 더 예쁜 크림색 느낌이었다. 솔직히 처음 딱 이 건물을 이 구도로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없어졌다. 나는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입을 닫고 바로 사진을 찍는다 ㅋㅋㅋ 내가 근래 본 건물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사실 <도깨비>를 보고 이곳에 와보고 싶어서 많이 찾아보는데 운현궁 바로 옆에 있지만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이 덕성여대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 들어갈까 봐 많이 찾아봤는데 최근에 찾아본 블로그 후기에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고, 경비원 분도 내가 들어가는 걸 막지 않으셨다.
드라마에서는 운현궁 양관이 이 문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문에 도착하니까 드디어 내가 도깨비집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문에 종이가 붙어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가 이 운현궁 양관에 온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니까 친구가 '마세라티 타고 들어가야 되는데...'라고 답장했다 ㅋㅋㅋ 문 비밀번호는 1004겠지..?
여기는 이 문에서 뒤돌아본 풍경. 아치형 벽 너머로 보이는 화단이 너무 예뻤다.
이번엔 밖에 나와서 본 외관! 오른쪽 사진을 보니까 덕수궁 석조전이 떠올랐는데 이곳도 외부인에게 개방된 곳이었다면 인스타 핫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이 너무나 올라가 보고 싶었다. ㅜㅜ
오른쪽에서 본 운현궁 양관의 모습이다. 인스타용으로는 16:9나 4:3 세로로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브런치용으로 쓸 사진은 따로 가로로 한 번 더 찍는다.
오른쪽에서 본 운현궁 양관 세로 사진!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이준이 죽은 뒤 순종의 아우인 의친왕의 둘째 아들 이우가 이어받아 한때 이우공저라고 불리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더 찾아보니 이 건물의 양식은 프렌치 르네상스식! 정면 중앙에 현관을 두고, 좌우의 2층에는 아치로 개방된 베란다를 두었다고 한다. 2층 정면 중앙에는 이오니 오더의 벽기둥 4개가 서 있으며 베란다의 석주는 터스칸 오더(= 토스카나 오더)라고 한다.
덕후투어를 하면서 예쁜 건물도 보고, 건축 양식도 한 번 검색해보고, 역사도 조금 공부할 수 있어서 더욱 재밌는 것 같다.
나는 도깨비집에 와본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지만 딱 이렇게 건물 외관만 볼 수 있다. 와도 구경할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보기에도 아름답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이곳에 한 번쯤은 와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들어올 때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와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누구나 볼 수 있게 개방되면 더더욱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집 투어 끝! 곧 운현궁 포스팅으로 다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