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 자리의 운현궁을 달리 바라보다.
운현궁. 얼핏 들어본 것도 아니다. 알듯 말듯한 이름도 아니다. 익숙한 이름이다. 고종이 임금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에 익히 들었던 흥선대원군과 운현궁이지만 서울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운현궁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여름 운현궁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사진이었는데 갑자기 운현궁에 가고 싶어졌다.
정말 많이도 놀러 온 종로구지만 운현궁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자각한 적이 없었다. 처음 운현궁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날은 월요일이라 열지 않는 날이었고, 두 번째 방문만에 운현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딱 입장하자마자 보인 것은 바로 나무이다! 내가 사진으로 본 그 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다. 정문에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보인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기. 두 번의 시도 만에 들어오다니 더욱 반가운 느낌이다.
그리고 문을 지나쳐서 들어갔다. 한창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 다녀왔는데 모든 나무들이 푸르르게 숨 쉬고 있었다. 궁이라는 호칭이 있어서 경복궁, 덕수궁 등의 크기를 생각하면 안 된다. 운현궁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곳도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작지만 그래서 사람도 덜한 곳. 가볍게 산책하기 참 좋은 조건이다. (예쁨은 덤)
솔직히 나는 운현궁에 어떤 역사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와, 건물, 식물 위주로 관람했다. 궁에 가면 가장 재밌는 것이 겹친 기와지붕을 보는 것이다. 요즘 궁에 자주 가는데 기와지붕의 매력을 가득 느끼고 있다.
또 이렇게 문 사이로 들어온 여름을 좋아한다. 밝게도 찍어보고, 어둡게도 찍어보고. 비스듬하게도 찍어보고, 정면에서도 찍어보고.
그리고 궁에 가면 이 예쁜 건축물을 사진에 어떤 구도로 담아낼지 고민할 때 너무나 재밌다. 딱 건물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겹치고, 각도에 따라 다르고, 틈 사이로 또 다른 건물이 보이고. 그저 멀뚱하니 서있는 빌딩 같이 단순하지 않고, 이리저리 얽혀 있는 복잡한 매력이 재밌게 느껴진다.
그리고 수평 맞추는 것도 재밌다. 사진 찍는 것을 여전히 배우고 익히고 있는데 기본 카메라에 격자를 켜놓고 수평과 수직에 많이 신경을 쓴다.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요즘 수원 화성도 다녀오고, 이곳저곳 궁도 다시 한번 다녀오면서 조상님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예쁜 건축을 남겨주다니! 이렇게 고급스러운 멋을 내가 보게 해 주다니!!! 서양식 건물도 너무 좋아하지만 그것과 너무나 다른 매력을 뽐내는 한국적인 멋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어릴 적에 그냥 체험학습으로 갈 때랑 지금 내가 원해서 올 때랑 느낌이 천지차이다. 곧 수원 화성에 다녀온 글도 올릴 건데 눈 돌리는 곳마다 멋이 가득해서 너무너무 행복했던 날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사진은 노락당의 일부와 운현궁 양관의 일부가 같이 나온 사진이다. 빼꼼 보이는 '운현궁 양관'. 2021년 여름 운현궁에 왔을 때는 이 서양식 건물이 운현궁 양관이라는 걸 몰랐다. 단순히 상반되는 건물을 함께 볼 수 있는 시각적 재미가 있네~ 하고 넘어갔는데 이때 왜 이곳이 운현궁 양관인 걸 찾아보지 않았을까 뒤늦게 후회했다.
호기심을, 신기함을 흘려보내지 않고 더욱더 많이 연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 서울의 안 다녀본 동네를 많이 다니려고 하는데 이곳이 운니동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서울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좁은 듯 넓은 곳이다.
https://brunch.co.kr/@choeeunjin/18
'운현궁 양관'에 다녀온 글은 이쪽에서!
운현궁의 나무. 왼쪽 사진은 다른 분의 사진 구도를 따라 찍었다. 오른쪽은 내가 그냥 찍어도 보고. 개인적으로 이 나무가 주는 감동이 여름 운현궁에서는 가장 컸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 담장과 건물, 운현궁 양관의 모습, 너무나 멋있다. 나는 여기까지 구경하고 집에 갔다.
반년이 지나 다시 찾은 운현궁이다. 계절이 바뀌었다. 여름에서 겨울로. <도깨비>를 보고 알게 된 '운현궁 양관'에 갔다가 약속을 가려고 했는데 약속 시간이 한 시간 미뤄져서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운현궁에 입장해서 겨울의 운현궁도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엔 들어오자마자 왼편을 보았다. 소나무와 기왓장, 그리고 한 서울 빌딩의 조화가 눈길을 끌었다. 수직 수평을 좋아하니까 이 장면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인스타에는 약간..! 구도를 조정해서 올렸지만 브런치에는 원본을 올려본다.
위에서 본 여름 사진과 비교하면 조금 덜 푸릇푸릇하고, 우중충하지만 그게 겨울이니까~ 이 길은 나무들이 좋다. 왼쪽의 나무와 오른쪽의 나무가 약간씩 휘어서 동그란 모양을 만든 느낌이다.
이 사진은 운현궁의 이로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래도 나름 브런치를 쓰면서 자세하게 기록해 놓으면 읽는 사람도 나도 좋을 것 같아서 찾아보면서 적는다. 이로당은 운현궁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라고 한다. 운현궁 양관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들어온 이로당인데 돌계단 위에서 운현궁 양관의 사진을 남겨보았다.
사실 지금까지의 나의 산책은 단순히 보는 재미였다. 자연을 보면 기분이 좋고, 멋진 건물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다만 이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고 감상을 남기다 보니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부터는 어딘가를 가면 그곳의 명칭, 역사 정도는 가볍게 공부해보려고 다짐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식물의 이름도, 건물의 이름도!
이로당의 틈새로 본 풍경
그리고 이렇게 운현궁에 두 번 온 후 신기했던 점은 같은 곳이지만 내가 보는 시야가 달랐다는 점이다. 운현궁은 반 년동안 그 자리 그대로에 있었는데 반년 후의 나는 이곳에서 또 다른 운현궁의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글의 부제가 '항상 그 자리의 운현궁을 달리 바라보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여름에도 봤던 구도를 똑같이 바라본 것. 나무는 잎이 하나도 없었고, 운현궁 양관은 뭐 여전히 그대로였다. 앞의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진 것만 빼면.
운현궁의 여름과 겨울 사진을 하나의 글에 담아봤다. 운현궁은 나무도 멋있고, 한국적인 멋의 건물도 서양식 건물 양관도 멋있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그야말로 다 모여 있는 곳! 최근에 이렇게 자연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건물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이번 학기에 교양으로 건축학개론을 들어보려고 한다. 친구들이 다들 수지냐며 뭐라 했지만 이 과목을 들으면 더욱 건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구도를 잘 파악해서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건물 말고도 역사, 식물 이름도 더 공부하고 싶다. 그렇다고 책을 막 깊게 파고 그러진 않겠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글 쓰면서 하나씩 검색해보면서 시작하는 거지~ 생각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운현궁의 매화가 예쁘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서 봄에도 한 번 다녀올까 한다. 벚꽃과의 가장 큰 차이는 향기의 유무라는데 마스크를 뚫고 매화 향이 들어올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