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진 Jan 23. 2022

겨울의 눈 덮인 수목원은 처음이라, '장흥자생수목원'

겨울의 수목원은 과연 아무것도 볼 게 없을까?

먹다가 온 1박 2일 양주 가족 여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장흥수목원 펜션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이 바로 옆에 있는데 펜션 이용자는 입장료가 무료라고 한다. 수목원을 좋아하지만 사실 겨울이라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산책이었다.


귀여운 프리메라의 수달 인형! 펜션에서 나와서 수목원에 가는 길에 찍어준 컨셉샷이다. 이곳에 눈이 마지막으로 온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많이 녹은 집 근처와 달리 이곳엔 뽀얀 눈이 가득했다. 심지어 발자국도 많이 없었으니!


주차장에 있던 고양이 눈 발자국! 서울에서도 눈이 쌓였을 때 동물 발자국 어디 없나 바닥을 살피며 걸었는데 눈이 많이 녹아서 아무데서나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 수목원 주차장에서는 이렇게 동물 발자국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펜션에서 주차장을 지나 수목원을 올라가는 길! 여기가 입구다!


겨울의 수목원은 역시나 갈색이었다.


정말 곳곳에 있는 동물 발자국!!! 그리고 겨울이라 수목원에 아무도 안 와서 그런지 이 발자국이 거의 다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동물 발자국 옆을 지나는 우리 가족의 발자국. 눈이 있어 미끄러운 길이라 홈이 있는 곳 위를 밟고 다녔는데 저 동물은 어떻게 저렇게 미끄러지지도 않고 잘 걸었는지 귀여웠다 ㅋㅋ


생강나무와 쪽동백나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눈이 가-득 쌓여 있어서 그냥 다 같은 나무 같았다. 눈밭에 꽂혀 있는 나무 기둥 하나!

 

원래도 편안함을 주는 숲을 참 좋아하는데 정말로 수목원에 단 한 명도 없어서 더더욱 좋았다. 공기도 너무 맑았고!


한 달인가 전쯤 삼청공원에 갔을 때도 겨울이라 갈색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삼청공원이랑 비슷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좀 달랐다. 흰 눈이 내린 후 아직 다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 수목원은 알록달록한 나무와 꽃들의 향연은 없지만 눈이 있는 날 간다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눈이 온 수목원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새로웠으니까!


그리고 이 수목원에서 좋았던 점은 이렇게 제멋대로의 나뭇가지를 볼 수 있었던 점이다. 나 완전 이렇게 어지러운 거 좋아하니까~~!!


그래서 이 메두사 같은 나무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봤다.


이 이상한 나무가 한 나무의 모습인 줄 알았던 나는 가까이서 보니 이 나무가 하나의 나무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다래나무를 주변으로 다른 나뭇가지가 둘러싸서 메두사 같이 보이는 것이었다. 근데 다시 봐도 메두사 나무 너무 예쁘지 않나??? 내 눈에만 그런 걸까????


이렇게 곳곳에 자연스럽게 휜 나무들이 정말 많았다. 완전 내 스타일의 나무들!! 


내가 나무 사진들을 찍을 동안 엄마는 흔들 그네에 앉아 잣이 있다며 신기해했다. 집에 가려고 내려오면서 장흥자생수목원의 설명을 읽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백 년이 넘은 잣나무 자연림을 배경으로 조성된 자연생태수목원이라고 한다. 기존의 산림의 모양과 식생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했다고! 그래서 잣도 많고, 제멋대로 휜 나무들도 많았나 보다 생각했다.


또 중간중간 찍어준 우리 수달이의 화보.. 완전 화보 장인 아니냐고~~~~ 마지막 사진은 눈에 있는 동물 발자국을 수달이의 발자국인 척 찍은 것. 동생이 아이디어를 줬다. 귀여워...


그렇게 계속해서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만난 나무. 나뭇가지가 사슴뿔 같아서 찍었다. 도대체 어떤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세상엔 특이하게 생긴 나무가 많은 것 같다.


모아본 눈길 사진 세 장. 며칠 전에 온 것 같은 이 눈들이 다 안 녹았을 따름에 감사할 뿐이다.

 

두꺼운 나무 기둥도 한 장 찍고,


또 이렇게 춤추고 있는 듯한 나무 사진도 두 장! 이런 특이한 나무들이 종류별로 참 많아서 정말 좋았다.


또 얘도 특이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참 매력 있는 친구들~~


또 한 번 확연히 차이나는 동물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 고양이 말고도 세로로 길쭉한 새 발자국도 꽤 많았다.


그리고 또 좋았던 곳 바로 이곳. 이 나무들이 모여있는 게 왠지 영화 '남과 여'의 핀란드를 생각나게 했다. (핀란드만큼 눈이 가득하진 않지만..)


나는 여름을 겨울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는데 이렇게 매일 눈이 쌓여 있는 겨울이라면 대부분의 날들이 지루한 겨울도 여름만큼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눈은 신나고 재밌으니까!!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 겨울에도 말라비틀어지지 않고 살아있었던 이끼! 그리고 그 위로 내린 눈. 며칠 전에 동네에서 본 이끼는 좀 말라비틀어져 있었는데 이끼는 겨울에 어떻게 버틸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반짝이던 눈 위를 누워봐야겠다며 누워서 천사를 만든 동생의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주었다 ㅋㅋ 얘가 눕는 거 보고 나도 따라 누워봤다.


이게 바로 누워서 본 하늘과 그 시야에 걸린 나무들이다. 짧지만 누워 있는 동안 좋았다.


겨울의 수목원은 눈이 있어서 너무 멋있었다. 온통 갈색이 아니라 하얀색이 함께 있어서 아름다웠다. 눈이 녹지 않고 있으니 동물들의 발자국도 볼 수 있고, 비치는 나뭇잎의 그림자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나름 많이 내린 눈이 빠르게 녹아서 아쉬웠는데 이곳에는 아직도 그 눈이 그대로라 좋았다.


겨울에 눈이 안 올 때는 여름만큼의 감동은 덜한데 이번엔 눈이 있어서 새롭고 좋았다. 혹시나 양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눈 내리는 날 맞춰 가볍게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건 어떨까?

.

.

.

북유럽 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수원 '지동벽화마을'에 있는 <그해 우리는> 국연수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