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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Feb 01. 2022

화성행궁과 동북각루, 뚜벅이의 수원 당일치기 여행

그옛날 조선 임금처럼 화성을 거닐다.

친구랑 수원 화성으로 떠났다. 둘 다 운전을 못했기 때문에 서울에서부터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이 걸렸지만 오래 걸리는 것에 비해서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사실 뚜벅이는 가는 것뿐만 아니라 가서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인데 직접 다녀와본 결과 수원 화성은 뚜벅이가 놀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그 해 우리는> 덕후 투어를 하기 위해 수원 화성에 온 거라 무계획이었다. 그렇게 끌리는 대로 돌아다닌 화성행궁과 동북각루 방화수류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먼저 다녀온 루트인 지동벽화마을을 보려면 바로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https://brunch.co.kr/@choeeunjin/19



화성행궁

지동벽화마을에서 <그 해 우리는> 웅이 집으로 가는 길에 화성행궁이 있어서 들러서 가기로 했다. 벽화마을 쪽에서 수원천과 다리를 지나오면 된다.


화성행궁에 도착하니까 화성행궁 광장이 앞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뻥 뚫려 있는 광장에서 겨울바람을 맞고 있으니 마음까지 시원했다. 옆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도 있어서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미세먼지도 하나 없이 하늘이 너무 맑아서 어떻게 찍어도 다 멋있었다.


화성행궁은 매우 저렴한 입장료가 있었다. 사실 화성행궁에 들어가 보는 것은 예정에 없었기 때문에 고민했다. 그런데 시간도 넉넉하고 여기까지 와서 안 가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 친구랑 들렀다 가기로 했다. 맨 오른쪽 사진은 어떻게 찍어줘도 그냥 화보였던 내 친구의 뒷모습 v ^^ v (브이) 화성행궁의 정문 '신풍루'와 너무 잘 어울린다.


들어가기 전부터 문으로 보인 것은 바로 이 깃발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호랑이 해의 기운을 듬뿍 받고 싶어서 호랑이 깃발만 한 번 찍어봤다. 2022년이 시작된 지는 조금 지났지만 구정을 맞아 다시 한번 말해본다. 모두 호랑이 기운 받으시길! 얍!


문 사이로 또 문이 보이는 장면과 그 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행궁(行宮)은 왕이 지방에 거동할 때 임시로 머물거나 전란(戰亂), 휴양, 능원(陵園) 참배 등으로 지방에 별도의 궁궐을 마련하여 임시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고 한다. 또 행궁은 용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 왕이 지방의 능원(陵園)에 참배할 때 머물던 행궁이 바로 이 화성행궁이라고! 그리고 화성행궁은 그 어느 행궁보다 크고 웅장하였으며 활용도도 높다고 한다.


들어오면 보이는 '봉수당'이다. 봉수당(奉壽堂)이라는 건물 이름은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으로 정조가 헌경왕후(獻敬王后, 혜경궁 홍 씨)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었다고 한다. 찍은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두니 왠지 연결된 사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봉수당 뒤로도 득중정, 장락당 등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다. 나 또한 모두가 그렇듯 수원 화성 하면 정조가 생각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드라마 <이산>을 열심히 보고 조선 왕 중에서 정조를 가장 좋아했다. 이서진 배우 덕분에 역사 공부도 정조 파트를 가장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준호 배우를 보고 정조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나 싶기도 했다 ㅎㅎ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을 보면 왼쪽 상단에 작게 정자가 하나 보이는데 이름이 '미로한정'이다. 미로한정은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는 뜻이라는데 저기서 화성행궁을 내려다보며 쉰다면 정말 한가롭고 행복할 것 같았다. 나는 올라가 보지 않았지만 저곳도 올라가 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올라가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세 장이 내가 화성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다. 첫 번째 사진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모이는 느낌이 너무 좋고 실제로 사진을 찍을 때도 그 느낌을 살려서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기와 두 장을 겹치게 찍었다. 꽃 모양이 들어가 있는 게 너무 예뻤다. 찍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한테 바로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세 번째 사진!! 이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오른쪽에 살짝 걸린 장식 기와와 수평이 잘 맞는 기와지붕, 그리고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비행기가 조그맣게 지나가고 있다. 모든 포인트가 재밌는 사진이라 너무 마음에 든다.


요리조리 사진도 찍어보고 지붕 사진도 찍었다. 이 지붕 사진은 '장락당' 지붕! 장락당이 가장 신기했던 점은 봉수당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임금이 화성에 내려오면 머무는 처소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화성행궁.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구석구석 둘러보고 꼭 미로한정에도 올라가 보고 싶다. 요즘 궁궐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행복)




동북각루 방화수류정

화성에 놀러 가기 전 간단하게 검색해 볼 때 방화수류정과 동북각루라는 명칭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동북각루가 공식 명칭이라고 한다. 하지만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뜻에 걸맞게 경관이 뛰어나 방화수류정이라는 당호가 붙여졌다고!


우리는 화성행궁을 둘러본 후에 계란빵을 손에 들고 산책하면서 동북각루로 향했다. 여기가 동북각루에 가기 전에 보이는 화홍문이다. 가장 왼쪽 사진이 화홍문에서 찍은 동북각루 사진!! 동북각루가 메인인데 화홍문도 너무 예뻐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렀다.


화홍문에도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해가 많이 내려온 상태여서 금빛 햇살 아래에서, 얼어붙은 수원천 위에서 스케이트 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동화 같았다.

 

그래서 지켜만 볼 수 없어서 올라가 봤다. 얼어붙은 물 위를 올라보는 것.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내가 영화 속 한 장면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J와의 수원 화성 여행은 매우 즉흥적이어서 매 순간 좋았다. 즉흥적이어서 낭만적이었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는 여행이었다.


화홍문을 지나 도착한 동북각루!


먼저 안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뷰를 찍었다. 가로로도 세로로도 사진이 너무 예뻐서 언뜻 보면 다 비슷비슷하지만 뭐 하나 빼고 올릴 수가 없었다... 화성과 함께 담긴 친구 사진도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동북각루에 올라가면 위에서 용연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정조가 화성행차 시에 휴식을 취했다고 하는데 얼음이 살짝 얼어 있는 것도 그렇고 오리 떼도 그렇고 여기 앉아만 있는 걸로도 절로 걱정이 다 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왠지 드라마 <도깨비>가 생각나는 문을 지나오면 이렇게 가까이서 용연을 마주할 수 있다. 가운데 사진의 큰 나무 근처가 동북각루의 포토스팟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봄에 다시 오기로 했는데 봄 동북각루도 너무나 기대된다.


동북각루와 용연, 소나무와 오리 떼를 함께 보다니!


용연에 비친 윤슬과 그 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의 오리들의 모습. 동북각루는 야경도 굉장히 유명하던데 이 시간대의 모습도 정말로 멋있었다.


그렇게 동북각루를 구경하고 밥을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식당에서 나오니까 달도 보이고 하늘도 핑크색이었다. 친구와 나는 동북각루의 야경까지 보고 가자고 말하며 달렸다.


너무나 동그랗던 달과 핑크빛 하늘!! 동북각루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달려가면서도 중간중간 하늘 사진을 찍었다.


동북각루에 올라섰을 때 동쪽 하늘은 핑크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서쪽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얼떨결에 너무 멋진 야경까지 볼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너무 완벽한 여행 아니냐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수원 화성을 여행했던 날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낭만'이다. 도시에서 어느 곳에 눈길을 두어도 성벽을 볼 수 있었고, 처음 가본 곳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새로웠다. 내가 느낀 화성은 도시 전체가 역사적이면서도 트렌디했다.


핑크색 하늘을 본 것도, 얼어붙은 물 위에서 스케이트를 탄 순간도 너무 좋았다. 이 날 눈이 없는 겨울도 낭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에 있던 고민들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너무 아쉬웠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운전을 하지 못하는 뚜벅이도 놀러 가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걸으면서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이 화성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혹시 요즘 매일 같은 곳에서 펼쳐지는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이번 주말엔 화성으로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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