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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Mar 09. 2022

'신영동~부암동~청운동', 꾸며지지 않은 종로구의 감성

신영동 자하슈퍼, 부암동 석파정&기생충, 청운동 창의문&청운문학도서관

종로구 하면 서촌이 생각나고 서촌 하면 아기자기한 거리가 떠오른다. 세련된 카페, 편집샵, 맛집까지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래서 나도 서촌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종로구 하면 다른 곳이 떠오른다. 바로 평창동에서 청운동이다. 서촌의 시끌벅적함 뒤에 가려진 비밀스러운 산책 코스로 신영동에서 부암동, 청운동까지의 걸음을 기록해보려 한다.



신영동 자하슈퍼

버스를 타고 세검정초등학교 정류장 앞에서 내렸다. 육교를 건너니 홍제천을 볼 수 있었다. 신영동 산책 첫 코스는 바로 '자하슈퍼'이다.


멀리서 보이는 자하주택 푯말과 자하슈퍼이다.

 

'이 슈퍼 하나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해 우리는>을 열심히 봤던 나는 꼭 한 번 오고 싶었다. 여기가 바로 웅이와 연수의 '벚꽃 봤다 우리.' 씬을 찍은 곳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센스 있게 <그 해 우리는> OST인 10cm의 '서랍'을 틀어주었다 ㅋㅋ


자하슈퍼를 구경하고 홍제천을 따라 쭉 걸어서 다시 큰길로 나가는 길에 낮은 높은 건물 없는 빌라촌을 보며 평화롭고 탁 트인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동네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자하슈퍼를 지나 석파정으로 가는 길에 찍은 곳이다. 왼쪽 사진은 석파랑이라는 한정식집인데 이 석파랑 바로 옆 건물이 빈센조 장준우(옥택연) 집으로 나온다. 집에서 쫓겨 내려와 도로를 건너는 장면을 찍었는데 계단이 많은 동네의 특징을 잘 살린 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파정

그렇게 자하슈퍼부터 20분 정도 걸어서 석파정에 도착했다. 석파정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악산 뷰와 부암동의 매력까지 실컷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석파정은 다녀오고 나서 따로 글을 썼으니 혹시나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https://brunch.co.kr/@choeeunjin/27



기생충 포토존

다음은 기생충 포토존이다. 석파정 근처에 기생충 포토존이 있길래 가보기로 했다.


카카오맵에 찍힌 기생충 포토존으로 가면 실제 영화를 찍은 다리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맞은편에서 다리를 볼 수 있는 곳에 가게 된다.


그리고 포토존에는 이렇게 기생충 판이 설치되어 있다. 정말 정말 기생충 찐팬이라 저 계단을 직접 걸어볼 것이 아니라면 그냥 포토존에서 이렇게 느낌만 내도 괜찮을 것 같다.


기생충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길로 나오는데 계단에 쓰여있는 멘트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도시 속에 마음의 휴식이 될 수 있는 산책로와 같은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편리하게 이용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기생충 포토존을 만들기도 하고, 계단도 만들어 감동 멘트도 쓰고, 돌바닥에 마스코트도 그려둔 종로구의 세심함에 항상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종로구 마스코트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어주면 제가 살게요~~!!!)



창의문

사실 신영동, 부암동, 청운동을 다 같은 날에 산책하지는 않았다. 신영동과 부암동 / 청운동을 나눠서 산책했었다. 청운동은 작년 말에 한양도성 트래킹 하면서 다녀왔다.


카페 산모퉁이에서 내려오니 창의문이 있었다. 창의문은 서울 성곽을 쌓을 때 세운 사소문의 하나로 서울의 4대문 4소문 중 하나라고 하나인 북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소문으로 불리기보다는 자하문으로 불렸다고 한다.


창의문이라는 이름엔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나는 창의문 근처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을 찍은 걸로만 알고 갔었다. 하지만 후에 검색해보니 창의문은 1623년 인조반정 당시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을 비롯한 반정군이 이곳을 부수고 궁 안으로 들어가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정권을 잡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더 찾아보니 서울의 4소문 중 유일하게 옛 모습, 조선시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해서 더 찾아봤더니 4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에 지어진 전형적인 성곽 문루의 원형으로 완전히 남아 있는 성문이라고!


조선시대의 역사 말고 최근의 일도 함께 알게 되었다. 바로 '1.21 사태'다.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기습할 목적으로 북한 특수 군부대 31명이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라고 한다. 이들은 세검정고개의 자하문을 통과하다 불심검문을 받게 됐고, 정체가 발각돼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한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을 계획하며 여러 번 검색했었는데 그때 나오는 김신조 루트가 이 사건에 나오는 김신조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창의문 천장에 그려진 봉황!


그렇게 창의문을 지나 만난 풍경이다. 청운동 빌라들 너머 남산서울타워, 그리고 북악산은 어디서 봐도 너무나 멋있다. 여기서 집으로 바로 향할까 하다가 지도에 찍어둔 곳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청운문학도서관

마지막 산책 루트로 간 곳은 청운문학도서관이다! 한옥으로 되어 있는 도서관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곳이고 여름에 폭포가 흐르는 곳이라고 해서 한 번쯤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인데 겨울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건물은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경 와서 그런지 사진은 찍을 수 있게 돼있었다.


반쯤 닫혀 있는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여름이 아니라서 물이 흐르는 폭포는 없었지만 행운스럽게도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빌라촌, 따뜻함, 역사적 스토리.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신영동에서 청운동까지의 산책길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골목골목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서촌의 아기자기함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적함, 느긋함이 담겨 있었고, 시끄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언젠가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공유하는 이 동네는 조용한 길을 걸으면서 생각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단연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이 동네를 자유롭게 걸으면서 자기만의 힐링 루트를 만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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