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강림, 그 해 우리는, 도깨비 등 각종 드라마 촬영지인 '북촌'
창경궁과 창덕궁을 구경하고 북촌 산책을 시작했다. 브런치에 쓴 글 중에서 종로구가 가장 많을 정도로 최근에 가장 많이 다녀온 곳이다. 북촌만 다녀오면 웬만한 곳은 종로구에서 다 가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봄꽃을 구경하러 창경궁과 창덕궁에 다녀오는 길에 북촌을 걸었다. 북촌에서 어디 카페를 가고 싶다! 어디에서 밥을 먹고 싶다! 하는 목표는 없었지만 골목골목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https://brunch.co.kr/@choeeunjin/37
창덕궁에서 나와 북촌을 걸으려는데 발견한 글이다. 북촌은 서울 600년 역사와 함께 해온 우리의 전통 거주지역이라고 한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급 주거지구였다고! 종로구 일대를 걸으면 진짜 나도 여기에 집 한 채만 갖고 싶어 진다.
오늘 소개하는 '북촌'에는 엄청 대단한 스폿은 없다. 그냥 골목골목을 걸었을 뿐인 루트를 적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는 곳이지만 드라마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그냥 집 앞 골목에서도 드라마 장면들이 재생되었다.
이곳은 <여신강림> 문가영 배우가 맡은 임주경이라는 캐릭터의 집 앞이다. 이 집 앞에서 수호와 주경이의 많은 씬들이 나온다. 붐비는 북촌에서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집이었는데 드라마 로케이션 찾는 사람들은 과연 이런 곳을 어떻게 찾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꼭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학교, 중앙고등학교다. 웬만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중앙고등학교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돈 달라고 하굣길에 찾아온 경미를 피해 사채업자들에게 잡힌 <도깨비>의 은탁, <여신강림>의 주경이, 수호 그리고 서준이가 다닌 학교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드라마 <도깨비>와 <겨울연가> 촬영지로 가장 유명한 듯하다. 나는 <겨울연가>는 보지 않아서 패스! 이 고등학교는 인터넷 사진으로 보면 내부가 더욱 매력적인 듯한데 코로나 때문인지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쉽!!) 언젠가 한 번쯤 내부도 구경해보고 싶은 학교이다.
걷다가 발견한 고양이들! '비화림'이라는 서점 앞에 있는 고양이들이었다. 평소에 서점에 가서 책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최근에 사두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패스하기로 했다. 다음번엔 꼭 들어가 봐야지!
비화림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 TXT 커피이다. 여기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오게 되었다. 당시에 입이 텁텁해지는 음료는 마시고 싶지 않아서 드립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솔직히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자세하진 않다. 밖에도 의자가 있어서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개한 목련 꽃을 보며 커피를 마시면서 꽃은 그냥 일상에서 즐기는 무료 토핑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맛은 몰라도 눈은 즐거운 그런 토핑 말이다.
그리고 카페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촬영지이다. 엄청 유명해져 버린 다른 촬영지만큼 임팩트 있는 씬에 나온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해 우리는> 팬이라면 이곳에서 웅이와 연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지도?!
커피를 마시고 북촌한옥마을에 가기 전 드라마 촬영지 한 곳을 더 들렀다. 바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나오는 곳이다. 이곳은 지창욱 배우가 연기한 박재원의 집 앞이다. 캐릭터들이 인터뷰하는 형식의 드라마라 문 앞에서 혼자 대사 치고 인터뷰하고 그러는 장면이 떠오른다.
솔직히 드라마 촬영지가 엄청나게 유명한 스폿이 아닌 이상 이런 곳들은 가면 별다른 감흥 없이 그저 그런 느낌만 받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래도 이런저런 촬영지들을 표시해두고 가보면서 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 나를 옮길 수도 있고, 굳이 평생 찾아가 보지 않았을 곳들에 가볼 수 있는 것이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두려움을 내려두고 새로운 곳을 걸어보길 택한다. 우리에겐 GPS가 되는 지도 앱이 있으니까! 나는 최대한 새로운 길로, 안 걸어본 길로 걷는다. 내 세상이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면 좋겠고, 내가 새로운 곳에 가서 느끼고 만나는 것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걷기 때문이다.
북촌한옥마을로 들어섰다. 저 멀리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아 저기가 사진 스폿이구나!' 생각했다.
나는 혼자 하는 산책이라 내 사진을 남길 수도 없었을뿐더러, 평소에 사진을 찍어도 잘 안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사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남산서울타워를 찍고 다른 곳으로 갔다. 남산서울타워를 새로운 곳에서 봤다는 사실이 가장 기분 좋았다.
북촌 최고의 전망대로 홍보하고 있는 '북촌동양문화박물관'. 나도 여기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커피를 마신 날이라 또 음료를 마시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집에 갈까 고민하며 북촌한옥마을을 빠져나왔는데 한쪽으로는 북악산, 한쪽으로는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 보였다. 이날 이미 창경궁과 창덕궁 구경, 북촌 산책까지 어마어마하게 걸은 날이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을 본 순간 이곳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북악산과 같이 보이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은 입장할 때 입장료가 따로 필요 없었다. 가족 단위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저마다의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예전에 광화문에서 멀리 보이는 이 건물을 보고 뭘까 했었는데 드디어 와봤다. 솔직히 아직도 어떤 건물인지는 잘 모른다.
벚꽃과 함께 찍은 건물 사진, 이 왼쪽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원형 아치 사이로 봄이 보이는 모습이 좋았다. 이곳에서 엄마가 아빠와 아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길래 가서 세 가족의 모습을 함께 담아주고 싶었다. 가서 사진 찍어드려도 되는지 여쭤봤다.
산책을 하면서 생긴 취미가 하나 있다. 가족사진 찍어주기다. 여러 명이 같이 갈 때 한 명은 나올 수 없다는 점이 가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혼자 산책해서 시간이 많을 때면 먼저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드려도 되는지 물어본다. 그날 그들의 추억을 한 장 남겨주고 싶어서.
경복궁만큼 붐비는 민속박물관에서 자꾸 안으로 걸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위함이었다.
발견한 벤치! 날도 너무 시원하고 바람도 솔솔 불어서 냅다 벤치에 누웠다. 누워서 바람을 맞았다. 산책하면서 생긴 취미 2! 날이 좋은 날엔 벤치에 누워 바람 그대로를 즐긴다. 처음엔 누워도 되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뭐 어때! 재킷을, 가방을 베고 눕는다. 마치 나 혼자 그곳에 남겨진 것처럼. 눈치 볼 거 뭐 있겠어!? 발만 안 올리면 되지 ㅋㅋ
누워서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도 듣고,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황금빛 햇살을 맞았다. 가끔은 힐링을 위해 하는 산책에서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 때가 있는데 이렇게 누워서, 앉아서 쉬는 순간이 좋다. 그리고 그 시간이 더 기억에 많이 남을 때가 있다. 이날 북촌의 산책도 이 벤치가 가장 좋았었다.
집에 갈 때는 감고당길을 걸었다. 감고당길은 서촌 산책할 때도 썼는데 북촌 글에도 언급하게 되었다. 북촌 일대 촬영지를 언급하면서 감고당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깨비>, <그 해 우리는>, <여신강림> 등의 드라마에 나왔고 <또! 오해영>에도 나왔다고 한다. <또! 오해영>은 내가 보지 않은 드라마..!
걸으면서 이 현수막을 보고 핌피(PIMFY) 현상의 사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건립이 확정된 것과는 별개로 이곳에 '이건희 기증관'마저 생기면 종로구는 얼마나 더 풍성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건희 기증관' 정도는 다른 곳에 지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실제로 기사를 찾아보니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의견이 있었다. (덕분에 일극주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감고당길 하면 큰길 말고도 이 길이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그리고 이곳을 걸어가면 바로!
드라마 <여신강림>의 왕자만화방이 나온다. 극 중 수호와 주경이의 추억이 가득한 곳! 안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고 밖에서만 찍었다. 왕자만화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날 북촌을 걸으면서 적당히를 모르게 하는 날씨 덕에 자꾸자꾸 걸었다. 그만 걸으려고 했는데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게 했다. 자꾸 욕심이 나서 계획했던 것의 두 배는 더 걸은 산책이 되었다. 예전에 드라마랑 영화를 보지 않을 때는 콘텐츠를 감상하는 취미가 시간을 단순히 소비하고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는 서울과 더 넓게는 한국의 곳곳을 더더욱 사랑하게 되고, 직접 다니게 되었다.
북촌은 그렇게 누구나 사랑할 만한 골목골목의 매력이 가득하다. 요즘의 힙한 감성, 옛날의 기왓장, 그리고 평화로움까지 한 번에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촬영지인 북촌을 걸으며 인생드라마의 추억을 다시금 느껴보길! 발걸음마다 걸리는 드라마 속 장면에 그 순간만큼은 드라마에 들어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