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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Nov 14. 2021

'선릉과 정릉' 그리고 500년 은행나무

서울 선정릉을 지키는 보호수, 그 500년의 역사

전국 방방곡곡의 멋있는 장소들을 지도에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지만 아직 서울 안에서조차 못 가본 곳이 정말 많다. 그래서 오늘은 친구와 '선정릉'을 다녀왔다. 나는 산책하고 걷는 게 정말 좋지만 친구들은 그게 힘들 수 있으니까 혼자 가거나 가족들이랑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듯하다.

작년 11월 중순에는 이렇게 낙엽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되게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선정릉 약속을 앞두고 동네에 앙상한 은행나무가 정말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풍 구경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렇지만!! 아직은 가볼 만하다!!! 2021 가을과 이별을 고할 산책 루트로 추천한다.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선정릉에 대한 역사 이야기는.. 없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라면 선정릉은 만 24세 이하까지 입장료가 무료이다. 그런데 나는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니는 사람.. 신분증이 없었고.. 친구가 나의 입장료 1000원을 내주었다. 꼭 지갑을 들고 가세요!



선릉과 정릉 산책하기

사진을 뚫고 나오는 가을의 향기! 아직은 빨갛고, 초록빛이고, 갈색의 빛을 띤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올해 첫 단풍놀이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비로 인해 이미 잎들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다행히 아직은 가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아마 더 풍성할 때 왔다면 더욱 멋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초록에 진심인 사람답게 색색의 단풍을 놔두고 자꾸 초록색 나무들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축축 쳐지는 버드나무를 좋아하는데 선정릉에도 버드나무가 곳곳에 많았다. 초록이 묘하게 여름인 척 섞여 있어도 가을은 가을이다. 왜냐하면 가을의 초록과 여름의 초록은 완전히 다르니까!


또 선정릉의 재밌는 점은 다양한 나무가 많이 섞여 있다는 점이고, 의자가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앉아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좋았다. 이곳저곳을 다녀보면 생각보다 의자가 많이 없는 공원이나 수목원이 많다. 가끔은 멈춰서 구경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도 말이다.


놀러 오기 3일 전부터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시리야, 일요일 서울 날씨 어때?' 하고 물어봤었다. 시리의 말대로 오늘은 구름이 조금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해가 나왔다가, 가려졌다가 해서 사진 찍는 타이밍도 매우 중요했다. ㅋㅋ


나는 이렇게 나무들을 중앙에 두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 나무가 완전 주인공인 독사진!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니 이렇게 B컷들도 올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


선정릉을 검색하니 '한국의 센트럴파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나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다고 생각했다. 서울에는 센트럴파크처럼 큰 공원은 아니지만 힐링할 수 있는 공원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숲은 요즘 사람이 너무 많은데, 선정릉은 서울숲보단 사람이 적어서 더욱 마음 편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빨갛고 노란 단풍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 걸어갔다. 노란색 단풍나무와 빨간색 단풍나무가 섞여 있는 모습을 보며 친구한테 예전에 두 가지 맛이 섞여 있던 쭈쭈바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검색해보니 딸기맛과 사과맛이 위아래로 섞여 있었던 더블더블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선정릉에 올 때 보호수를 가장 기대하고 와서 걸으면서 '도대체 보호수가 어디 있을까..?' 생각하면서 걸었다. 곳곳에 있는 지도에도 보호수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소나무 숲을 발견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해서 소나무 숲을 찍고 같이 간 친구는 새를 좋아해서 까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난 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말이다. 같은 곳에 와서 다른 걸 보니 사람의 취향, 시야가 다르다는 것이 확 느껴져서 신기했다.



500년의 은행나무, 보호수를 발견하다!

정말 말 그대로 은행나무를 발견했다! 소나무 숲을 지나 한참을 걸어 '여기로 오면 출구 아니야?' 할 때쯤 보호수가 나왔다!! 보호수가 보이자마자 '이거야!!!!!!' 하면서 달려갔다.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은행나무를 찾은 순간이었다. 


은행나무를 한 컷에 다 담기 위해서 16:9 비율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이고, 높이가 24m 된다고 한다. 24m. 숫자로 말하면 감이 안 올지도 모르겠다. 엄청나게 컸다. 나는 이 나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커플룩 노란색 옷을 입고 왔다!


이 나무도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 나무는 약 1,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높이도 42m나 된다고 한다. 올해는 선정릉 보호수로 만족하고, 내년에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가려고 한다.


어디서 봐도, 어느 각도로 봐도 멋있었다. 몇 개인지 다 셀 수도 없이 많이 뻗은 가지들도 멋있었고,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기둥도 멋있었다. 근데 나의 눈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큰 기둥에 조금씩 돋아나고 있는 은행나무 잎들이었다. 500년을 살고도 새로 돋아나는 생명력에 놀랐고, 많은 것이 바뀌는 500년 동안 혼자 자리를 지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산책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가을 풍경의 요소들 중에서 '은행나무'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사실 여름 나무들 중에서는 최애를 고르기가 아직 어렵다. 그래도 오늘 부로 가을 나무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노오란 은행나무가 가장 좋다! 빨간 단풍나무도 예쁘고, 갈색 잎의 나무들도 좋지만 은행나무가 가장 매력 있다.


은행 냄새가 너무 고약하다고 불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은행나무 특유의 냄새를 벌레들도 싫어한다고 하며, 화재에도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쨍한 노란색으로 시각적 즐거움도 준다. 은행나무는 여러 모로 인간에게 좋은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나무의 장점을 깨달아 더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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