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산티아고 순례길
스물다섯 살의 배낭여행, 2019년도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나만의 여행기가 차곡차곡 쌓여 한 권의 책이 되는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씁니다.
혼란스러웠다. 어렴풋이 느껴오던 '나'에 대한 자각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불편한 질문들이 마음속에 일어났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게 중요한 건 뭐지?
한 번 사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즐거울 수 있을까? "
한 번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 이후로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속 깊숙하게 자리했다. 정해진 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복잡했기에 그 물음들을 집중해서 마주하지 않았다. 괜찮겠지 하고 모른척 했고, 그럴수록 더 바쁘게 살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하루를 꽉 채웠다. 하지만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고민 없이도 모두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괜한 생각에 사로잡혀 뒤쳐질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 나중에 시간이 될 때 생각하자. 하고 그저 시간이 가는 대로 일상을 지내려고 했다.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이었지만 스스로보다는 타인을 의식했고, 그 시선을 너무 의식한 탓에 나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되는 것' 이 되어가고 있었다. 타인을 알아가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 말할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괜찮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질문들은 끊임없이 마음 속을 어지럽게 했다. 제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우선되지 못했던 고민들은 결국 곪았다.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고,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고, 풀리지 않는 이 물음들에 대해 여유롭게 마주하고 싶었다. 문득 몇년 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가방을 들고 황무지 같은 곳을 하염없이 걷고 있는 여자의 모습. <Wild>. 굉장히 인상적으로 보았던 영화였다. 온갖 거친 돌발상황들을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 성장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그녀의 모습.
걷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머릿속에 순례길이 확 떠올랐다. 홀린 듯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된 책과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계속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왠지 모르게 뛰는 가슴에 떠나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가슴이 요동쳤다. 이런 마음이 얼마만인지. 반짝 하고 떠올랐다가 금방 없어지는 마음은 아닐까 했지만, 설렘은 생각할수록 더커졌다. 떠나!라고 온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느낌. 가야겠다고 결정하니 묘한 쾌감까지 일었다.
"무조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