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으로 속도를 맞춰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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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을 지나던 중, 문득 시선을 끄는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핑크색으로 그려진 계단의 방향을 알려주는 그림. 그곳에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올라가고 다른 한 사람은 내려가고 있었다.


딸아이가 6살이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딸의 손을 꼭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천천히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내 손을 놓더니 멈춰서 외쳤다. "아빠! 나는 너무 빨리 걸어야 한단 말이야!"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딸아이에게 맞추려고 손을 아래로 내린 것보다, 딸이 내 손을 잡기 위해 팔을 위로 올리고 있는 것이 더 힘겨어보인다는 것을. 늘 자연스럽게 내가 딸을 위해 팔을 낮춰준다고 생각했지만, 딸이 팔을 쭉 뻣으며 내 속도에 맞추고 있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건 '같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맞춰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속도를 늦춰야 하고, 또 가끔은 상대방이 속도를 높여야 한다. 마치 표지판 속 두 사람이 엇갈리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속도와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만다. 삶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 동료들. 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속도에 맞춰주거나, 우리가 그들의 속도에 맞추는 과정 속에서 함께한다. 서로의 속도를 조율하며 함께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조율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함께’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주는 이들에게 감사한다. 비록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순간을 함께했더라도, 그들과 함께한 길은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존재 덕분에 그 순간의 걸음은 외롭지 않았다. 앞으로 함께 걸어갈 이들을 떠올려본다.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오늘도 함께 걸어주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전한다. "고마워. 너와 함께라서, 이 길이 더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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