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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지현 Oct 22. 2024

내 세상을 확장시키는 소비법

4부. 나를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나

- 나 이번 주말에 여행간다?

- 며칠 전에도 여행가지 않았음?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 대만, 3박 4일로 감 

   

- 나 내일 찰리푸스 공연감.

- 대박, 너 지난주에도 김동률 콘서트 가지 않았음?

- 맞아. 찰리푸스 콘서트까지 가면 2주 연속으로 올림픽공원 출석체크 하는 거임 

   

- 나 운전연수 신청했다. 

- 드디어 장롱면허 탈출하나요?

- 이제 나도 뚜벅이 졸업하고 운전 시작한다! 


- 나 이번에 피티 등록함 

- 대단하다 진짜. 정지은 돈 왜 이렇게 잘 씀?

- 건강에는 돈 아끼면 안된다더라.


최근 오래된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씀씀이가 커졌다’는 것. 그간 친구들 사이에서 ‘욜로’는 커녕 오히려 욜로인 친구들의 지갑을 단속시켜줬던 내가,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말이다. 


30살 중반, 난생 처음 이직을 하며 스트레스도 받고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직장생활 10년의 관성을 거스른 채 새로운 것을 배우고 흡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신입사원의 마음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신입사원처럼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팀장 제안을 받는 바람에 나의 스트레스가 배가 되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하지만 나에게 이직을 후회하냐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아니요. 후회 안해요!”라고 답할 수 있다.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직과 동시에 힘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보상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바라고 이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대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아니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이게 나에게 무궁무진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전적 여유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더 깊게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간 관심없던 재테크 공부도 나름대로 하면서 예금과 적금, 주식 투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나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 아끼지 않고 투자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은 나에게 쓰는 소비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잣대가 있었다. 무언가를 갖고 싶어도 이 돈을 써도 되는 것일까? 두번 세번 고민하다 항상 포기하곤 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겨 배워보고 싶다가도, 쉽게 질릴 걸 알기에 내 안의 샘솟는 호기심을 외면했다. 비싼 돈을 들여 운동하는게 사치인 것 같아 어설프게 홈트레이닝만 시도하다 흐지부지되기 일수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기에 내 월급은 너무 한줌이어서, 늘 나에게 소비 고삐를 채운 것이 벌써 10년이었다.


- 0월 급여, 0,000,000원 입금되었습니다. 

- 이게… 내 월급이야?


이직 후 첫 월급을 받았던 날이 생생하다. 통장에 찍힌 낯선 숫자를 보고 놀랐다. 그렇게 일해도 바뀌지 않던 앞자리가 드디어 바뀐 것이다. 숫자 감각이 약한 나는 새롭게 협상한 내 연봉으로도 월에 얼마의 돈을 받을 것인지 제대로 감을 못잡고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통장에 찍힌 돈을 보고 놀랐다. 사람들이 이래서 이직을 하는구나…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나에게 채워왔던 고삐를 살금 살금 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고삐는 버린 채 거칠 것 없는 경주마처럼 질주하기 했다. 10년간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것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나에게 그정도 여유는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 원없이 하려고 돈 버는 거니까! 


덕분에 작년부터 나는 나의 좁았던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속초, 강릉, 부산, 타이페이 등 공휴일과 주말을 활용해서 국내외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관심있는 가수의 공연도 다녀오고, 그 공연이 더없이 좋았다면 한 번 더 다녀오는 사치도 부렸다. 재택근무를 하니 운전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장롱면허를 탈출하고 이제는 ‘운전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 학원에서 10회짜리 운전 연수도 받았다. 당장 운전을 하지 않아도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나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해지기 위해 집 앞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고 있다. 건강에는 돈아끼는 것이 아니니까!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을 이용해서 확장시킬 수 있는 경험은 세상에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연봉이 오르면 내 세상이 확장된다. 이직으로 연봉이 오르고, 난 30대 중반이 되어 인생 중 가장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익사이팅한 삶을 살고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런 경험들을 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래서 출근할 때마다 늘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정신 승리를 한다. "회사는 나에게 돈과 경험을 주는 고마운 곳이야.”라고 말이다. 


- 나 자전거 샀어. 

- 이번엔 또 자전거야?

- 응. 비싸서 고민했는데, 이게 제일 예뻐서 다른건 눈에 들어오질 않더라. 맘에 드는걸 사야 한 번이라도 더 타지 않겠어? 

- 얼마짜린데? 벌써부터 두렵다. 

- 200만원…….

- …… 니 자전거 이름은 이백이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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