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의 5초 만에 느낀 수많은 감정들
오늘 아침 지하철 개찰구를 나올 때였다. 출근시간 용산역은 마치 사탕을 향해 몰려드는 개미떼 같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가 사라지는 공간이다.
나 또한 개미떼의 일원으로서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에서 내렸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나오는 순간 개미떼의 무리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개찰구를 통과하는 수백 명의 무리 중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정갈한 공무원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자 역무원과 긴 시간 세월의 풍파를 맞아 주름이 자글자글 깊게 파인 60대의 아주머니였다.
그 두 사람은 다른 무리들과는 다르게 우두커니 서 있었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시간은 몇 초 정도 될까?
짧으면 3초, 길어야 5초 남짓의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고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내가 그 짧은 5초의 시간 동안 들은 대화는 딱 2마디였다.
역무원(남) :(한숨)어휴.. 여기에 제대로 찍으셔야 해요
아주머니 : 아... 제가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요…
찰나의 순간 아주머니의 표정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있었다. 지하철을 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젊은이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는 미안함,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 혼자만 우두커니 서 있는 소외감 등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있는 표정이었다.
목소리엔 힘이 없었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약간 구부진 허리에 안경을 쓴 모습은 감정을 더 극대화시켰다.
그 표정과 말투에서 나는 진실을 느낄 수 있었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감정이 요동쳤을까?
요즘에도 심심찮게 ”블랙컨슈머“와 관련된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고 기사화되고 있다. 그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 특기인 사람들이다. 내가 본 그들의 표정에는 ’ 어쩌라고’하는 당당함, 떳떳함의 표정이 묻어있었다.
부끄러운 감정을 무시하고 미안한 감정을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런 사람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몇 달 전 읽었던 맹자의 측은지심을 느꼈던 것일까? 이런 걸 측은지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마주친 아주머니의 표정에는 진실된 미안함, 부끄러움과 더불어 두려움, 소외감, 자책감 등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짧은 5초의 시간이었지만 아주머니의 차림새와 표정, 말투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진심 어린 감정은 나에게 다가와 우주처럼 폭발하고 팽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