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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도 시골이라고요...?

[양평 사람 최승선 009] 도시가 되지 못한, 될 수 없는

by 최승선

양평 어린이는 양평을 '수도권'으로 인식했다. 수도권이어도 시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데 시골이라고?! 그래서, 고작 차로 4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이 어느 명절 친구와 전화하며 '나 지금 시골 와있어'라고 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대학에 가서도 충격을 받았다. "우리 마을은~" 하고 말하던 나에게 듣고 있던 사람들이 '마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며 폭소하던 때였다. 왜 웃는지 전혀 종잡을 수 없던 내가 '왜...? 왜 웃는 건데...?' 하니 웃음을 그친 후에야 "마을이란 말 쓰는 사람 처음 봐"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제야 생각해 보니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말로 바꿀 수 없었다. '마을'은 '동네'가 될 수 없었다. 인천에 살 때는 분명 '동네'라고 했다. 그 동네는 마을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평에서 내가 자란 그곳은 동네가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동네는 물리적 범위이고, 마을은 정서적 범위인가? 생각하며 지금 사는 곳을 생각했다. 이곳은 나의 동네인가, 마을인가. 아무쪼록 서울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은 '마을'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시골 사람임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시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당연히, 양평이 도시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온 곳이, 사는 곳이 시골이라 받아들이니 생각보다 더 마음이 편해졌다. '시골'에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도시가 되지 못한 곳이 아니라, 도시가 아닌 곳이라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이다. 도시는 소와 개와 닭이 돌아가며 울고 함박눈이 내리면 완연한 봄이 올 때까지 녹지 않는 곳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서야 시골이라 좋아지게 된 것이다.


살아온 곳을 긍정하는 건 생각보다 더, 훨씬 더 자기 긍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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