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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나의 보리>

epi 10. 새끼 밴 거 아니거든

by choi Boram






모처럼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겠다 한 날.

평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나로서는 이런 날은

신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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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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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만 산다고 샀는데

집에 돌아와서 테이블에 놓고 보니

뭘 샀는지 한가득 놓여있었다.

가득가득한 봉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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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이날의 주종은 와인으로 결정했기에


올리브와 마늘이 잔뜩 들어간 바질 뺀네와, 스튜와

집에 이모네 밭에서 올라온 감자가 풍년이므로

감자를 이용한 '무엇'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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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도 감자지만,

우리 집엔 오이, 가지, 양파, 마늘, 고추 등등 다양한 채소로 가득하다.

가을 겨울보다 싸게 풍족하게 채소 과일들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 강력한 이유 하나다.


흐르는 물에 동글동글 채소들을 씻어

준비해 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진다.

참 감사한 여름날.


생명력 가득 담은 빨강 녹색 보라색을 만지고 있자니

손에 생명력이 옮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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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슥슥 잘라,

마늘 춉춉 잘라,

감자도 탕탕 잘라.


재미져~


나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에 재료 자르는 지금 이 과정이 제일 재밌다.

색깔도 다르고 만지는 질감도 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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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료를 손질하며 자르면서 바닥에 참 많이도 흘리나 보다.


나의 보리는 쓱 다가와서 "이게 무엇이냐~"킁킁 냄새를 맡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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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름

낼름

낼름


먹나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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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료들이 불위로 올라가서 끓거나 볶아지지면서 불을 담은 음식이 되어가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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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밝고 집중력이 뛰어난 나의 보리는

떨어진 야채 조각들을 계속해서 수거하고 있나 보오.


정신없이 만들고 있는 나로서는 절대 모르고있을 그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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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빵빵해진 나의 보리의 배가 그렇다고 말해준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흘리는 걸까.



친구들이 올 시간이 다가오고

음식들은 거의 완성이 다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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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잘라볼까~


마트 갔을때 좋아하는 빵도 몇 개 함께 사 왔었다.

빵이 빠지면 많이 섭섭하지 마음이.


덩어리 크게 몇 조각 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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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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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_나의 보리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계속 주어 먹었다는 걸 이때에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평소 같으면 제일 먼저 식탁에 달려와서 점프점프하고 있을 나의 보리는

거실 방석 위에 점잖게 엎드려있고,

나는 의아했다.


'평소답지 않게 왜 저기 저렇게 얌전히 앉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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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나의 보리의 배는 남산만 하게 빵빵!


"도대체 배가 왜 이렇게 부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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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나는 음식을 만들고 뒷정리할 거리가 많은 사람인데,,, 정말 깨끗했던 부엌



나는 나의 보리의 배가 왜 불렀는지,, 알아차린 건 now. 이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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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아~누가 오든 뭘 하든 나는 잠을 자겠어~~~~'를 온몸으로 말하고 있던 나의 보리.


그래.... 내가 나의 보리의 배부른 이 장면은 익히 보아와서 익숙한 장면이다만,,

그게 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보아서 정말 놀랬다.

사람이었음 당장 소화제라도 주고 싶은 마음 정도.



급작스럽게 부른 나의 보리의 배를 문질문질 하면서

놀라고 있을 때,


때마침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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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친구들.

"실례합니다아아~~~~~"


"아... 안녕~...

어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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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벗들이 제법 소란스럽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보리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전혀 없다.


나의 보리를 처음 본 나의 벗들은


이구동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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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뱃어???"







......


'아... 아니거든...'





_수컷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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