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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나의 보리>

epi 9. 왜 때문이죠?!

by choi Boram




한여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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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새들은 다른 계절보다 더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미소리와 새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작하는 한여름 아침.


보통 나는

일어나자마자 요가를 하는데,

눈감기 전까지 덥고, 눈뜨기 전부터 너무 더워..

요 며칠 당최 아침 요가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치면 먹는 것도 귀찮아야 하는데,

아침은 먹어야지.


아침 식사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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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아침식사 후


돌돌돌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앉아서

휘리릭 책을 보면서 오늘 그릴 것들. 쓸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한다.

나의 보리는 이미 헥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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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아침 기온은 이미 35도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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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헥헥헿헥_ 들려오는 중고차 소리.

헥헥소리에 컥컥 소리가 섞여 들린다.

섞여 들리는 컥컥 소리가 심장 언저리에서부터 나는 소리 같아

나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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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를 위한 선풍기.




<웬만하면>이라는 말과 <잘>이라는 말은 참으로 주관적이지만

우리 집은 웬만하면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다.

에어컨이 있어도 에어컨 켜는 경우는 여름 내내 통틀어 고작 5번 안짝.

음.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는데.

그 얘긴 나중에-.


해서

도대체 왜 있는지 우리 가족 전부 의아해하는 에어컨의 존재.

그래서 그런지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나는 게 나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덥고 땀도 나고 끈적하기도 하고 선풍기 바람으론 도저히 해결이 안나는 더운 날도.

덥지만.

덥지만 뭐 살만 하다.

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라는 생각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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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는 괜찮다 해도

나의 보리는

이 여름이 너무나도 힘들다.

요즘 헥헥거리는 걸로 해결이 안 되는 더운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체온도 높고,, 털옷도 입고 있고, 귀마개도 하고 있고 발바닥에 두꺼운 패드도 달고 있으니


얼마나 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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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켜기로 한다.

오늘날씨는

재난문자가 왔고,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한 날이라 한다.

40도에 가까운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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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멈춰지는 헥헥헥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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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다행이지만.


지금.

밖에 사는 얼마나 많은 짐승들이, 생명들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나도 에어컨을 틀었지만..


나와 나의 보리. 모두가 이렇게 시원하게 있을 수 있지만

이 시원함이

누군가 다른 어떤 생명들은 나와 나의 보리 덕분에 더 괴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하면

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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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지

나도.


에어컨은 정말 시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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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최고로 뜨거웠던 낮이 지나갔지만

최고로 뜨거운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덥혀진 땅과 공기는 쉽사리 식을 줄 몰랐고.

공기에서 물이 흐르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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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죄스러운 선풍기로 다시 컴백.


에어컨을 끄고 조금 지나서 그때부터 해가 지고도 계속 헥헥거리는 나의 보리.


방안의 모든 불을 끄고 오랜만에 티브이를 켰다.

과자 한 봉지 뜯고 설레던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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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들려오는 비지엠. 헥헥헥헥.

나의 보리는 계속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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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 보다가 티브이도 끄고 스탠드 하나랑 선풍기만 켜고 밤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이 밤에 더위에도 , 더위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나에겐 이 밤은 딱 좋은 온도가 되었다.

여름날 발밑에 선풍기 틀어놓고, 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서 과자 먹으며 책 보고 있자니

더운 거는 둘째치고 나는 이 상황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정말 너무 더운지 요즘엔 모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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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바람이 살짝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그때

모시이불 슥~

덮고 있으면 덮고 있어서 시원하고 서늘한

소중한 모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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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히 더운 날이었지만.

특히나 평화로운 여름밤이구나~


그런데,

나의 보리는 이불은 항상 같이 덮는 것인 줄 아는 걸까.

그렇게 더워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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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에 들어가겠다고

팔 쪽으로 올리 와서 이불 걷어달라고 내 팔을 긁는다.

내가 이불을 덮으면

이렇게 이불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무리 더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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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불 한가운데로 들어가서는 꼭~

무슨 의식처럼.. 잠시 그대로 멈춰있어.

....

기도하니..


나는 나의 보리의 행동에 궁금한 게 몇 가지가 있지만

이것도 궁금한 것 중 하나다.


그렇게 더워했으면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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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죠.

왜 때문에 더운데도 이불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거죠....?






_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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