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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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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l 27. 2018

<나의 보리>

epi 9. 왜 때문이죠?!




한여름 아침.


여름의 새들은 다른 계절보다 더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미소리와 새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작하는 한여름 아침.


보통 나는

일어나자마자 요가를 하는데,

눈감기 전까지 덥고, 눈뜨기 전부터 너무 더워..

요 며칠 당최 아침 요가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치면 먹는 것도 귀찮아야 하는데,

아침은 먹어야지.


아침 식사는 소중하니까요.


야무지게 아침식사 후


돌돌돌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앉아서 

휘리릭 책을 보면서 오늘 그릴 것들. 쓸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한다.

나의 보리는 이미 헥헥헥.


집안의 아침 기온은 이미 35도를 넘고 있다.


헥헥헥헥헿헥_ 들려오는 중고차 소리.

헥헥소리에 컥컥 소리가 섞여 들린다.

섞여 들리는 컥컥 소리가 심장 언저리에서부터  나는 소리 같아

나는 걱정이 된다.



자! 너를 위한 선풍기.




<웬만하면>이라는 말과 <잘>이라는 말은 참으로 주관적이지만

우리 집은 웬만하면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다.

에어컨이 있어도 에어컨 켜는 경우는 여름 내내 통틀어 고작 5번 안짝.

음.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는데.

그 얘긴 나중에-.


해서

도대체 왜 있는지 우리 가족 전부 의아해하는 에어컨의 존재.

그래서 그런지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나는 게 나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덥고 땀도 나고 끈적하기도 하고 선풍기 바람으론 도저히 해결이 안나는 더운 날도.

덥지만.

덥지만 뭐 살만 하다.

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라는 생각에 _








그렇지만 나는 괜찮다 해도

나의 보리는

이 여름이 너무나도 힘들다.

요즘 헥헥거리는 걸로 해결이 안 되는 더운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체온도 높고,, 털옷도 입고 있고, 귀마개도 하고 있고 발바닥에 두꺼운 패드도 달고 있으니


얼마나 더울까...



에어컨을 켜기로 한다.

오늘날씨는 

재난문자가 왔고,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한 날이라 한다.

40도에 가까운 온도.


서서히 멈춰지는 헥헥헥 소리


다행이다..


다행이지만.


지금.

밖에 사는 얼마나 많은 짐승들이, 생명들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나도 에어컨을 틀었지만..


나와 나의 보리. 모두가 이렇게 시원하게 있을 수 있지만

이 시원함이

누군가 다른 어떤 생명들은 나와 나의 보리 덕분에 더 괴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하면

괴로워진다.


시원하지

나도.


에어컨은 정말 시원하구나.





그렇게 최고로 뜨거웠던 낮이 지나갔지만

최고로 뜨거운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덥혀진 땅과 공기는 쉽사리 식을 줄 몰랐고.

공기에서 물이 흐르는것만 같다.


조금 덜 죄스러운 선풍기로 다시 컴백.


에어컨을 끄고 조금 지나서 그때부터 해가 지고도 계속 헥헥거리는 나의 보리.


방안의 모든 불을 끄고 오랜만에 티브이를 켰다.

과자 한 봉지 뜯고 설레던 중에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지엠. 헥헥헥헥.

나의 보리는 계속 덥다..



영화 한 편 보다가 티브이도 끄고 스탠드 하나랑 선풍기만 켜고 밤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이 밤에 더위에도 , 더위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나에겐 이 밤은 딱 좋은 온도가 되었다.

여름날 발밑에 선풍기 틀어놓고, 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서 과자 먹으며 책 보고 있자니

더운 거는 둘째치고 나는 이 상황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정말 너무 더운지 요즘엔 모기도 없다.



선풍기 바람이 살짝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그때

모시이불 슥~

덮고 있으면 덮고 있어서 시원하고 서늘한 

소중한 모시이불.



오늘은 특히 더운 날이었지만.

특히나 평화로운 여름밤이구나~


그런데,

나의 보리는 이불은 항상 같이 덮는 것인 줄 아는 걸까.

그렇게 더워했으면서



이불속에 들어가겠다고

팔 쪽으로 올리 와서 이불 걷어달라고 내 팔을 긁는다.

내가 이불을 덮으면

이렇게 이불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무리 더워도 


이렇게 이불 한가운데로 들어가서는 꼭~

무슨 의식처럼.. 잠시 그대로 멈춰있어.

....

기도하니..


나는 나의 보리의 행동에 궁금한 게 몇 가지가 있지만

이것도 궁금한 것 중 하나다.


그렇게 더워했으면서


왜.


왜??



왜죠.

왜 때문에 더운데도 이불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거죠....?






_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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