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11. 황금 미소
날이 좋은 날.
우리는 보통 오전 10시쯤 아침산책을 나간다.
나의 보리는 밖에 나갈 준비(똥 봉지랑 휴지 물통 등등) 하는 걸 귀신같이 안다.
let's go~
우리는 전체 층이 4층인 아담한 빌라 2층에 산다.
반층은 계단이 적고 반층은 계단이 길다.
나의 보리는 둥실둥실 엉덩이를 흔들며
먼저 길을 앞서는데.
이 아이는 꼭 이렇게 한발 먼저 앞서고는
저만치서 뒤를 돌아보곤 내가 잘 뒤따라 오고 있나~ 아니나~ 확인을 하곤 하는데.
이렇게 '방긋~'
'누나 나 잘했지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한 웃는 얼굴로.
얏호 해방이다~
뛰어나가는 나의 보리를 보며
혀를 날리며 달려가는 모습에 나는 괜스레 짠해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저렇게
또 뒤돌다보고 힐끔.
미소 방긋.
'누나 잘 따라오고 있지?' 혹은 '잘했지? 잘했지?'
"알았어~ 잘 따라가고 있어~
얼른 가~~"
이 말을 듣고 나면 또다시 앞으로 먼저 팔락팔락 뛰어간다.
귀여운 녀석~
나와서 5분 안에 꼭 똥필(ddongfeel)이 온다.
킁킁거리고 냄새 밭으면 배변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나쁜 개는 없다>에서 본 기억이 있다.
끙~소리가 제법 크다.
쫙!
오! 세웠어
오늘도 건강하구나.
건강 덩이를 처리하는 동안
나의 보리는 연신 '잘했지? 잘했지?' 하고 쳐다보는 것 같다.
"응~~ 잘했어~~~~ 아주 건강해~~ 잘했어!!"
무한 '잘했지? 잘했지?'의 반복
응 알았어~~ 언넝가~~~~~
몸이 가벼워져서 더 퐁송퐁송 뛰는구나.
나의 보리는 예전부터 새와 자전거 그리고 오토바이에 격하게 반응을 해왔다.
저 앞에서 참새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냅다 뛰어가서는
왕왕왕 왕!!!
순식간에 푸드덕~
다 쫒아 버리고는
'잘했지? 잘했지?'
못살아~~~ ㅋㅋㅋㅋ 그래~~ 아주 잘했어~~
새들을 가만 못 두는구나...
룰루랄라
계속해서 기분이 좋은 나의 보리
덩실덩실 신나게 길 따라가다가
저렇게 온몸을 들썩이며 무언가 냄새 맡을 때가 있다.
앗.
썩은 공 발견!!
마치 제 몸만 한 오리 한 마리 사냥을 한 듯 용맹하고 뿌듯한 얼굴로 내게 자랑을 한다.
"아이고~~ 잘했네 잘했어~~~
대단하구나~~~"
머리를 쓰담 쓰담해주면 나의 보리는 빛나는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나오길 잘했다.
_이것은 황금 미소
별일 없이 오늘의 산책 마무리_
빌라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없을 땐 잠시 목줄을 풀러 주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