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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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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Sep 08. 2018

<나의 보리>

epi 12. 쉘 위 댄스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은 보통 오전 9시.

아침을 챙겨 먹고 나의 보리와 산책을 다녀와 대략 11시쯤 작업대 앞에 앉는다.

 






우리 집은 원래 남향이어서 볕이 아주 잘 들었는데

몇 년 전부터 높은 빌딩들이 주변에 빠른 속도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2층인 우리 집은 일조권을 거의 잃었다.


하루 종일 집으로 볕이 아주 잘 들어서

어느 위치에 화분을 놓아도 아주 잘 자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안으로 아주 살짝살짝 들어오는 빛을 쫓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에 놓아도 화분이 잘 죽어버려 그런가,

볕이 안 들어서 그런가

요즘 나는 많이 시무룩하다.


해서 얼마 전,

큰 결단을 해야 했다.

바로 방을 옮기는일.


기존에 쓰던 방엔 전혀! 해가 들지 않게 되어서(시무룩의 원인) 

나는 햇볕이 없으면 안 되는 시람이기에..

동생이 쓰는 방과 바꾸기로 했다.

3살 아래의, 나와는 달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회사원인 성실한 남동생은

요즘 매일이 너무나 피곤한 상태인 것을 알기에,, 나는 눈치를 보다 얘기를 꺼냈다.

고맙게도 살짝의 짜증과 함께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우리 집에서 물건이 제일 많고 제일로 복잡한 내방을 옮긴다는 건 정말 큰 일중에 큰일이었지만,

얼마 전에 그 큰일을 해냈다.






요즘은 나는 나무와 숲을 소재로 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림에서 마음이 괴롭다가 평온했다가를 무한 반복하면서 그 그림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체감하면서



나는 뭔가 담쟁이 같다.

햇볕에 반응하는 녹색 무리들처럼.


햇빛에 신나게 반응하여



몇 시간이고 열작하는 요즘.



글 읽는 서당개와 같이 나의 보리는 내가 작업할 때에는 어찌해야 할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언변도 허술하며 돈도 없고 대인관계도 엉망인 내가

유일하게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손으로 하는 일에 집중이 길다는 것. 

단지 그것.

 

그렇게 낮 시간 내내 쭉 작업하다가 


해가 넘어갈 때쯤

나의 경추에 소리가 난다. 으드득.



하. 안 되겠다..

여기까지.



한 번도 체육을 잘해본 적도 잘하고자 해 본 적도 없듯. 

운동신경이 둔하지만.


나는 춤추기를 좋아한다.



아마 나의 보리도



자. 지금이야.




작년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고 받은 <위 베어 베어스> 블루투스 스피커.

망가뜨리지 않고 아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뮤직

스타트.


요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ost 플레이리스트면 뭐든 할 수 있다.

너무나 신나고 신나서 언제든 바로 춤을 출수 있을 것만 같은 곡들.


특히 mr.blue sky~



뜨뜬~뜬뜬~뜬뜬뜬~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의리 있는 나의 보리도 같이 뛰기 시작한다.




고작 팔 흔들흔들 다리 흔들흔들하는 게 내게는 춤이라는 것인데

잠깐이지만 이렇게 함께 맞춰서 뛰는 그 느낌이 나는 너무나 즐겁다.


좀 흥이 오르면 나도 모르게 어깨춤 ~

어기어차~저 기어 차 st~


덩실덩실~


이렇게 흔들흔들하는 이 '잠시'의 순간이

으득득 거리고 삐걱거리는 내 몸과 마음에 조금의 유연함을 선사한다.



분명 혼자였으면 움직이지도 않았을뿐더러

신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_ 조금 움직였다고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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