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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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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Sep 27. 2018

<나의 보리>

epi 15_모두의 냥이






근 7년 만에 새로운 산책 끈과 연결 조끼를 장만했다.

두께감도 톡톡하고 바느질 마감이 잘되어있어 어깻죽지 쪽에 당김도 없고해서 

편안하게 오래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좋았어,사길 잘했어.


연휴가 이어지고 있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시간만 되면 산책을 나왔다.



요즘 느끼는건,,으스스한 것이..

확실히. 하루가 다르게 밤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날이 차가워지니 금방 배가 고파진다.

이것이 소화되는 소린지,배가고픈 소린지,,아무튼

구르르륵 소리를 내며 밤거리를 걷고 있었고

나는 금방이라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으....추...추워...


그래도 연휴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계획한 산책코스를 다 걷기로 마음먹는다.



우와~연휴 마지막 날 밤이라 그런가,,

그다지 늦은 시각은 아니었음에도, 차 한대가 없는것이,,도로가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다.


가게들도 하나씩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수고하셨어요)


아랏?

문 닫을 준비를 거의 다 끝내 보이던,, 곱창집 앞..

어느 초라한 고양이 한 마리가 소심하게 가게 안을 삐쭉삐쭉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채

문 앞에서 야옹야옹.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나는 평상시 이것저것 담아 다니느라. 항상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그 안에는 늘 조금의 사료와 츄루 그리고 종이컵, 물도 있다.



오 마이 갓.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게 없는 것은 왜일까.

가지고 다닐 때는 누구도 마주치지 않다가..,, 꼭 없으면 꼭,, 꼭 이렇게... 필요한 순간을 마주한다.



왜 안 가지고 나온 걸까..

매번 가지고 다니다가 가방 자체를 안 가지고 나온 날

하필이면 이런 날!!


너를 마주하다니...


"아~~~~ 어쩌지.아...."


아.... 어쩌지...

배도 많이 고픈 거 같고,, 목도 마를 테고,,,

머릿속에 갑자기 '굶어 죽는 길고양이들, 사면초가의 도시 고양이',

'길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죽는다'등등

온갖 안타까운 헤드라인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아,,, 어쩌지,...


허나 나는 

마음만 있을뿐

발만 동동 구를 뿐,

계속해서 내손에 없음을, 도움이 필요한 순간,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정말 많이 모르는구나... 를 인지하며,, 아쉬워하며

그 길을,그 냥이를


그저

지. 나. 왔. 다.

(난정말...에휴)

많이 미안하고 걱정되고 , 그러나 정작 아무것도 도움을 주지 못한 나를 자책하는 마음과 함께.

그저


지나쳐왔다.





_나의 보리는 차가워진 밤공기에 마냥 신났고.

나는 방법에 대해서..공부가 많이 필요해.






뒤늦게 안 사실인데.

그 가게 아주머니가

매일같이 늦은 저녁


동네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신다.

사랑으로.


사랑..별거있을까..

지나가는 배고픈 고양이에게 먹이를 건네는거.

큰 사랑이야..



세상에는 잔혹한일도 많고 끔찍한일도 많지만,

이렇게



아주 작은

사랑도 도처에 존재한다.



나는 괜시리 눈물이 났다...



_집에 들어가는 길에 나도 사료를 더 가득 부어주고 물도 새것으로 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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