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보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Oct 01. 2018

<나의 보리>

epi 16. 햄이야?!





반신욕을 사랑한다.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폿이고,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내게는 욕조다.

욕조 안에서 프러포즈받고 싶을 정도. 헤헤


너무 뜨겁지 않게 미지근하지 않게,, 따끈 뜨끈한 물을 받아놓고,

많이 피곤한 날은 입욕제를 섞기도 한다.

입욕제 몇 개를 사놓고 골라서 물속에 넣고, 물과 섞이는 걸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지.





어느 보통의 날.

조금 많이 피곤하기도 했던 날.



이날의 입욕제는

일본 목욕탕 수건에서 나던 냄새와 비슷했다.

파우더.. 냄새.. 도 아닌 것이 뭔가 달착지근한 향고 나고, 현미향도 나고


색깔은 아이보리 가루와 분홍 가루의 혼합.


물 온도. 딱 좋아


후아~~~~

내 안에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신생아 등등이 존재함을 느끼는데..

튀어나와버렸다. 아저씨인 내 모습



이 작은 욕조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내 몸 안에 흐르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입에서 목으로 목에서 뱃속으로 뱃속에서 팔 끝으로, 발끝으로 

내 우주.


따뜻한 작은 우주.



곧, 작은 우주는 어쩐지 따끈 폭삭폭삭한 이불같이 느껴진다.

아.. 너무 좋아.... 잠들 거 같아...


잠이 온다..

잠이 온다..

...

잠이 든다.

" 크~~~ zzzz"


따뜻한 물 이불을 덮고, 몸에 맞는 듯 그래도 좀 작은 이 욕조 안에서..

(정말 잘 잔 잠은 5분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이 욕조안에서

스스로 레드썬이 되어 숙면하고 있던 나는

잠시 동안 온갖가지의 꿈을 꾸고는..



핫!!! 너무 더워..


온몸이 벌게져서..

더 이상 그 욕조는 나만의 작은 우주가 아니다. 나를 익히는 냄비일 뿐,,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해..'


하아 아아아~



반신욕 하다가 잠들면 맞게 되는 당연한 결말.


새빨개진 내 몸은 정말 한 덩이의 고기색깔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킁킁~

킁킁~


햄이다!@@@

나의 보리의 눈에.. 내가 정말 햄으로 보였으려나...


갑자기 달려들어서는 앙!


아앗!!!! 아파!!! 아프다고 

내 팔을 앙 문 나의 보리는 



왜 때문에


나를 물고는

꼬리를 흔들고 있죠....?

나 햄입니까..







_혹시... 나를 구하려 했다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