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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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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Oct 08. 2018

<나의 보리>

epi 17  침입자





요가는 내게 그 정도의 '운동'이었다.


동네 센터에서 한 달 하다 그만둬 버리고, 

세 달 하다 끊어버리고, 

다시 한 달 하다 안 해버렸던


가늘고 길게 꾸준히 머릿속에 이슈 키워드로 존재하고는 있으나

이슈로써 그 생명력이 꾸준하지 못했던

한 달. 두 달. 길면 세 달. 그 정도의 흥밋거리였던.


그저 스트레칭과 유연성, 몸매를 위한, 나의 작은 몸부림.

그 시절의 나는 그랬다....

여자들끼리의 묘한 몸매 신경전. 매시간 눈에 들어오는 부러움과 

그럴 때마다 박차를 가하는 다이어트로의 채찍질, 좀 더 멋진 몸의 라인을 가져야겠다는 욕심, 예쁜 요가복 쇼핑.

무엇보다 좀 더! 좀 더! 유연하기를

그리고 그만둘 때에 마다 심각하지 않게, 묵직하게 무릎 통증을 남겨졌다...




그러다가


작년. 9월.

이 만남은 내게 인생에 몇 안 되는 "운명"이라고까지 거창하고 오글거리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만남이었다.

같은 학교 출신의 지인의 소개로 한 요가 클래스를 소개받았다.

요가센터도,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하는 클래스가 아니었고, 딱히 요가를 진행하는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해서 첫 만남은 

나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는데.


오잉?!

자그마한 체구의 한국 여자와

덩치가 좋은 인도 남자가 들어왔다.


음 예상 못했던 외국인과의 만남이라.. 당황도 하고, 

헬로 나이 스튜 미츄.. 그 흔한 영어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인도남은 자상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자신은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옆에 있던 와이프가 어버버 거리던 내게 말을 전해주었다.

본인은.. 매번 수련에는 동참하지 못한다는 말도 함께.



고... 곤란한데..







신기하고 신기하게도 이 두 분과 인연을 맺고 클래스에 참여한지 

딱 일 년이 지났다.


일 년 동안.

주 3일 2시간을 꼬박꼬박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한번 빠지지 않고


숨 쉬는 것부터 다시 배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 편견, 모순들과 그리고 정말 마주해야 할 나의 봉인된 부분과 마주한다.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

요가에 있어서 스트레칭 유연성은 간판이 될 수 없는 하위 키워드인 것이다.


아무튼 비기너도 되지 못하는 찌끄레기가 요즘은 하루 종일, 평생 요가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


나에게 요가라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요가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또..






해서 아침 혹은 저녁에

태양 경배 자세를 몇 회 반복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하면 몸이 아주 개운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하면 릴랙스 되면서 깊은 숙면에 들 수 있다.


내게 주어지는 보상과 같은 시간.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불평불만시기와욕심덩어리임을 직시한다.

.....


그가 다가온다.



왜 때문인지


나의 보리는 내가 요가매트에 앉았다 하면 같은 요가 매트 위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기를 원한다.

나의 보리는 오늘도 그렇게, 

불평불만시기욕심덩어리 곁으로 다가와 뒤에 쓱 바짝 붙어 앉는다...

비좁게..


다... 다리를 펼 수가 없어..

조금만 옆으로 가줄래...


밀어내자마자


등에 업히지를 않나..

팔 밑으로 다리 밑으로 들어오질 않나...

'아....... 아아아.....

불평불만시기욕심분노의 게이지가 높아지려 해.....'...




그런데

요 녀석.. 가만 보니...

습.....


잠잘 때도..


나는 침대 끄트머리로 밀려나는데.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하게 침대를 공유하다가

나의 보리가 궁둥이로 밀고 밀고 들어오는지..

나는 침대 끄트머리를 붙잡고 자곤 하는 것이다..



"조금만 저쪽으로 가있어..."

하고 나는 반강제적으로 나의 보리를 요가매트 밖으로 밀어낸다.


이 시간은 내겐 소중하니까요.


밀어내자마자


임파서블..

곧바로 

자기 영역 확보..


대단해... 빨라...



이렇게 집에서의 나의 소중한 요가 시간은 방해를 받기 십상이고

그렇게 나의 요가매트도 그가 장악한다..


불평불만시기욕심덩어리에 분노의 소스를 끼얹다가....

나는 

다시 

옴(om),,,





아 이모든게 쉽지않아...






_문 닫고 있으면 문을 어찌나 벅벅 긁어대던지...

 이렇나 저러나. 


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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