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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나의 보리>

epi.22 미라클 모닝 2

by choi Boram






내가 나의 하루 중 포기할 수 없는 순간은,

(일찍 출근하시는) 아버지가 출근을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살짝 깬 상태에서 휴대폰을 한번 들여다본 뒤

이내 나는 일찍 일어날 필요 없이 다시 잠들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다시 잠을 선택하는 '선택적 아침잠'의 순간이다.


내 머리를 다시 배게에 댈 때 나는 정말 너무 큰 행복을 느낀다.

언제 깼냐는 듯 빠르게 잠이 든다.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눈을 뜨고 잠에서 깰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내가 선택한 나의 이 불안정한 삶에 나는 매 순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지만,

그 와중에 나는 이 삶의 좋은 점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껌껌했던 방안에

해가 비스듬히 길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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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세상이 밝게 느껴지는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며

'신은 있다'라고 까지 거창한 생각을 설익은 꿈속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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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리도 옆에 있음을 알고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감 임이야.



눈이 어느 순간 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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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머리맡 위에 핸드폰을 두고 자지 말라고 그렇~게나 얘기하는데

나는 어제도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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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

우리가 일어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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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지개는

구겨져있던 은박지가 펴지는 느낌.


어딘가 구져진 내몸이 펴짐을 확연하게 느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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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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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능은 화장실보다 부엌을 택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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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늘 하던 대로

선반을 열어 접시를 꺼내고

전기포트에 물 끓이는 스위치를 누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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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빵을 사놓은 다음날이면

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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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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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하나를 까서 담아 완성된

나의 해피밀 세트를 들고


나의 보리의 밥도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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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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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제일 큰 창이 있는 거실 끝쪽으로 앉는다.

해가 아주 잘 드는 곳.


나의 보리와 나는 오늘도 해를 받으며 밥을 먹고 있다.

흐린 날, 미세먼지 날, 비 오는 날이면 굳이 여기서 먹을 이유가 없으므로 식탁에서 먹지만

이렇게 쨍한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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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를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잠시 멍하니 해를 쬐기로 한다.

가만 보면 햇볕을 좋아하는 나의 보리와 나의 공통된 취미생활인 것이다.

취미공유.


그렇게 온몸으로 해를 잔뜩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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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안에 배터리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로 말이다.


이걸로 하루를 이겨나갈 힘이 충분히 생겼다.



오늘도 힘내서 작업을 해야지.라고 아주 건설적인 생각을 하며

그릇을 치운다.




미라클 모닝




_그렇다고 매일 미라클한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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