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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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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20. 2018

<나의 보리>

epi.22 미라클 모닝 2






내가 나의 하루 중 포기할 수 없는 순간은,

(일찍 출근하시는) 아버지가 출근을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살짝 깬 상태에서 휴대폰을 한번 들여다본 뒤 

이내 나는 일찍 일어날 필요 없이 다시 잠들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다시 잠을 선택하는 '선택적 아침잠'의 순간이다.


내 머리를 다시 배게에 댈 때 나는 정말 너무 큰 행복을 느낀다.

언제 깼냐는 듯 빠르게 잠이 든다.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눈을 뜨고  잠에서 깰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내가 선택한 나의 이 불안정한 삶에 나는 매 순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지만,

그 와중에 나는 이 삶의 좋은 점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껌껌했던 방안에

해가 비스듬히 길게 들어온다.


따뜻하고 세상이 밝게 느껴지는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며

'신은 있다'라고 까지 거창한 생각을 설익은 꿈속에서 한다.


나의 보리도 옆에 있음을 알고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감 임이야.



눈이 어느 순간 떠진다.



엄마가 머리맡 위에 핸드폰을 두고 자지 말라고 그렇~게나 얘기하는데

나는 어제도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잠을 잤다.


일어나자

우리가 일어날 시간이야.



아침 기지개는 

구겨져있던 은박지가 펴지는 느낌.


어딘가 구져진 내몸이 펴짐을 확연하게 느껴지는 순간.


"잘 잤니..?"





나의 본능은 화장실보다 부엌을 택하는 편이다.


거의 늘 하던 대로 

선반을 열어 접시를 꺼내고 

전기포트에 물 끓이는 스위치를 누르고



전날 빵을 사놓은 다음날이면 

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고,



커피를 갈고



계란 하나를 까서 담아 완성된

나의 해피밀 세트를 들고


나의 보리의 밥도 챙겨서 



오늘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



우리 집에서 제일 큰 창이 있는 거실 끝쪽으로 앉는다.

해가 아주 잘 드는 곳.


나의 보리와 나는 오늘도 해를 받으며 밥을 먹고 있다.

흐린 날, 미세먼지 날, 비 오는 날이면 굳이 여기서 먹을 이유가 없으므로 식탁에서 먹지만

이렇게 쨍한 날이면 



우리는 해를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잠시 멍하니 해를 쬐기로 한다.

가만 보면 햇볕을 좋아하는 나의 보리와 나의 공통된 취미생활인 것이다.

취미공유.


그렇게 온몸으로 해를 잔뜩 받으면

몸안에 배터리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로 말이다.


이걸로 하루를 이겨나갈 힘이 충분히 생겼다.



오늘도 힘내서 작업을 해야지.라고 아주 건설적인 생각을 하며

그릇을 치운다.




미라클 모닝




_그렇다고 매일 미라클한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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