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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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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30. 2018

<나의 보리>

epi. 23 칼라방구





우리들은 곧잘 함께 나란히 엎드려서 각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전혀 소란스럽지 않고, 안락하며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이 평온한 시간 안에서 ,

꼭 대면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사실 나의 보리는 



방구쟁이다.


아늑한 정적을 터트리고 들어오는 

나의 보리의 방구소리..


'팡~'

'팡~팡'

지금의 소리는 귀여운 미니 풍선이 터지는 앙증맞은 소리다.


이 작고 앙증맞은 미니 풍선 방구는 

분명 빨간색 이리라..


귀여운 소리에 거대한 파괴력.

공기가 주황색으로 물들어 간다.


뭐.. 뭘.. 먹은 거야..




11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책상에서 앉은 테이블로 옮겨왔다.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위에 테이블을 올리고, 이불장에 안 쓰는 얇은 이불보를 덮었더니

일본 난방기구(코타츠)와 비슷해졌다.



무릎은 좀 아프지만

따뜻해서 신경질 내지 않고 이것저것 할 수 있다.

나의 보리도 따뜻하게 있을 수 있고, 일석 사조란 생각이 든다.

작업하고 있을 때의 테이블을 둘러싼 이 공간은 매우 조용해진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피시실...~'

소심하게 긴 소리.



마치 노~란 몸을 한 뱀이 기어 나오는 소리 같다.

바닥을 스치는 내 담요 언저리를 맴도는 느낌이 든다.

 

이 방구뱀은 시간이 걸리게 기어서  내 코까지 들어온다..

낮고 무거운 누런색 냄새..


이 아이.. 대.. 대단한데..



오후 3시쯤이면 난 머든 먹고 있다.

아주 필연적으로 당이 필요한 순간인 듯하다.


집 앞에 핫도그 집이 들어섰다.

천 원 이천 원 부담 없는 가격에 종종 사 먹는다.


나는 베이글은 플레인. 도넛은 글레이즈드, 커피는 아메리카노, 떡은 백설기, 빵은 바게트를 좋아하듯

그 메뉴에 토핑이 추가된 메뉴는 선호하지 않는다.(정말?)

핫도그도 기본 핫도그를 냠냠.

핫도그는 머스터드랑 케첩이면 족하다.

내가 냠냠거리는 사이,

'푸드덕~푸드덕 ' 소리

나의 보리의 눈은 나를 보고 몸도 나를 향하고 있다.



'푸드득 푸드득'


나의 보리의 엉덩이에서 새들이 날아오른다.

아마도 파랑새.


음..

거의 새떼 수준.




인간. 개. 돼지.. 우리들의 DNA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한다.

우리 모두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

더 나을 것도 더 못할 것도 없는 그런.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잔다.

크~

zzzzzz

아마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 


서로 비슷한 우리들은 


꿈속에서도 가스를 배출해야 하는 몸을 가졌다.

'퐁~'


나도 '퐁'


우리들은 사이좋게 밤새 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리라.

그것은 아마도 연주.


레인보우와 같이 여러 음과 색이 섞인 ㅋㅋ


꿈속에서 그렇게 몸안의 가스를 배출하고 나면

다음날


우리들은 

아주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뱃속도, 몸도 가볍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침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먹고 나면 화장실 가고 싶고.

실은 이 모든 게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런 구조와 다르게 세상 복잡하게 꼬아 꼬아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번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_방구참으면 병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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