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7. 미라클 모닝
새소리가 내 귀에 투명하게 들리는
해가 반짝 뜬 아침
(미세먼지 와중에 정말 ‘투명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인가..)
늘 하던 데로
커피를 내리고
부스럭부스럭거리며, 빵 봉지에서 빵 하나 꺼내어
나와 나의 보리는
아침을 맞이한다.
이렇게 해가 반짝 뜬 날의 나의 유전자는
온 마음을 다해 해를 맞으며 있고 싶다.
나의 보리도 나도 해를 쬐는걸 많이,
아주 많이 좋아하므로
햇볕 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는 4층이 전부인 지은 지 한참 오래된 아담한 빌라로
빌라 사이사이 나무도 많고,
나무가 많다 보니 새도 많고
지렁이도 많다.
많은 입주민들이 오랫동안 개를 키우고 있고,
_우리 윗집엔 할아버지 시츄 한 마리가 살고, 우리 앞집엔 베이비 몰티즈가 살고 있다.
어르신들도 많고,
거의 뭐 이 동네 원주민.이라 불릴 정도로 이곳에서 오래 살아 이웃끼리 서로 잘 알아서 그런지,
이 작은 빌라 안, 어디서 무얼 하든 특별히 신경 쓸 일은 거의 없다.
경쾌한 발걸음.
나의 보리는 신나면 덩달아 큰 엉덩이까지 들썩거려 스텝 밟는 것 같이 보인다.
해가 따뜻해서 바닥에 앉아도 문제없어.
해를 쬐고 있을 뿐인데
나는 금방
정말. 금방.
숲 안에 와있는 아주 큰 착각 속으로 들어간다.
(그 정도로 우리 빌라 안에 나무가 많지 않아!!)
빵 한입 베어 물고 우물거리면서 해를 쬐고 있으면
‘이곳은 동네가 아니요~ 상쾌한 숲 속이구나’
그리고
빵 하나에 커피에 계란 하나.
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되고
특히나
내 빵을 야무지게 나누어 먹고 있는 나의 보리가
내 옆에 같이 앉아있다는
이 사랑스러운 팩트에
"새삼" 행복해진다.
이것이 짧고 강력한, 아침의 햇볕이 내게 주는
햇볕 효과
_'숲 속 같은' 착각속이면 어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