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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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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an 11. 2019

<나의 보리>

epi. 26 해피 뉴 이어




지난주

내 등위에

업혀있던 것은 

피곰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악랄한 

감기 바이러스 덩어리로

나와 나의 연말을 넉다운 시켰다.


말도 안 되는 두통을 시작으로

마치 온몸을

쇠 야구방망이 정도 되는 둔기로 

꼼꼼히 두드려 맞은듯한 근육통의 

악마 덩어리가 내게 들러붙어 있는 것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아픈 감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독감으로 판명)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지어와서 먹고..


나는 하루 종일 잠을 자지 않을 수없었다.

정말 하루 종일... 잠을 잤다.

위가 뱃속에서 없어진 느낌으로..

하루 종일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낄 수 없었고,,

약을 먹기 위해 끼니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난생처음) 괴롭게 느껴졌다.


온몸이 

체온조절 기능을 상실했는지

너무나 추웠지만 너무나 많은 땀을 흘려,,

한겨울에 땀띠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땀띠가 생겼지만 뼛속까지 추워서 이불을 걷어 찰 수가 없었다.

내 몸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절대적인 감각만이

잠으로 내게 다가왔고,

그렇게

꼬박

삼일을 

잠만 잤지....


사라진..

연말..

없어진 

연초...


여전히 온몸이 후들후들했지만

삼일을 잠을 자고 난 

1월 2일

새벽..

참으로 오랜만에

허리 근육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씻고 싶었고..(씻고 싶단 생각을 한 거 보니 조금은 살아난 듯)

땀에 젖은 옷을 너무 갈아입고 싶었다.


나의 보리는 내 옆을 지키고 

잠에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구나..

옆에서 계속 자고 있었구나..

잠든 나의 보리의 등과 배를 

쓰담쓰담해본다.

나의 보리의 체온이

이런 느낌이었다...


아프기 전, '아프지 않다'라는 기억이 왠지 가물가물한 내게..


내 몸이 내 몸이라는 감각이 있던 날들에

모든 기억을 

나의 보리의 들숨과 날숨이 기억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속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안심이 되는

들숨과 날숨

체온.

너무나도 괴로운 며칠이었는데..

이 체온이, 촉감이 너무나 위안이 되었다.

나의 보리의 들숨과 날숨은 그런 '숨'이었다.



1월 2일 새벽,

어둑어둑하지만 해가 떠오르려는 밝아지려는 어둠 속에서


나의 보리를 안고.

깊은 숙면은 물론이요.

약도 필요 없을 것 같은 왠지 다 나은 기분으로.

그런 치유효과가 있는 안심을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며칠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잠을 자고싶다라는 느낌으로

편안한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씻을라고 일어났는데

다시 잠든 새벽.


'아침이오면 씼어야지...'





_존재의 고마움.


_건강이 최고임을 절실히 느낀 연말 연초였어요.

모두 아프지 말고, 바이러스 따위에 지지 말고.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_핑크돼지.






약 효과와 주사 효과가 한바탕 내 몸을 훑고 지나갔는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위의 존재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식욕도 돌아왔고.



밥 한 사발 맛있게 뚝딱하기를 며칠.

감기가 내 등위에서 

내려감을 느낀다.


아직 콧물과 기침이 나지만.

약을 먹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지.


원하는 음식이 하나 둘씩 생긴다.식욕이 완벽히 돌아온것이다

언젠가 sns에서 봤던 핫한 카페의 메뉴가 생각났다.


아주 기쁜 소식은 

묵혀뒀던 

덩어리 초코바가 있다.라는 것.


기쁜 마음으로 오랜만에 의욕있게 초코바를 

촵촵촵 잘랐다


데워진 흰 우유 안으로

욕심을 내어 생각보다 많이 자른 

초코 가루들을

투하.


만족스러운 색감을 내는 진한 갈색의

 맛있는 핫초코가 만들어졌다.


술 생각이 나는 게 정말 나아진 느낌이다.

장식장 안에서 브랜디를 꺼내 핫초코 안에 

쭈르륵 따라 넣는다.다행히 집안엔 나 혼자.원하는만큼 넣어! 

내 맘 데로 내 마음이 원하는

몸을 완젼히 초코속으로 데울수있는

핫 코 초가 완성이 되었다.


완벽해.


이거 먹고 완전히 나아야지~.

이거먹고 나면 완전히 나을 느낌이 들었다.



_대박.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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