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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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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Dec 27. 2018

<나의 보리>

epi. 25  피곰피곰





몸이 천근만근한 날이 있다.


잠을 자도 풀리지 않는 종류의 피곤

마치 어깨 위에 곰 한 마리가 올라와 죽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피곰.

오늘 내 어깨 위에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무거워.... 너 많이 무거... 워..

저...저리가줄래..없어져..줄래 좀..?


하며 엎드려있는 와중에 

나의 보리가 내 눈 안에 들어온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꼬질꼬질해 보이는 나의 보리.


생각해보니 목욕을 한 게 아주 오래 전인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닌가. 내 착각인가. 지난주에 했나..

피곰의 무게 탓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엉~차.


목욕하러 가자

이래 꼬질꼬질하면 곤란하다.


피곰은 살이 많이 쪄 있어서 

엎고 다니려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데 매우 더디게 된다.



나는 느그적 느그적

피곰을 등에 엎고, 나의 보리를 안고 

마침내 화장실 입성.



나의 보리는 목욕하러 가는 바이브를 알아서일까

목욕하기 위해 욕조안에 내려놓아도 

아주 얌전하다.

대게 목욕하는 내내 말을 잘 들어주는 착한 아이이다.




나의 보리는 6살 이후부터 쭉 피부가 좋지 않다.

병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지어온 약을 하루 한번 매일같이 먹고 있고,

타고난 예쁜 털을 길게 기를 수 없게 되었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목욕 때에 신경이 아주 많이 쓰인다.

산성이 약한 피부에 도움이 되는 샴푸를 쓰고 있고 


피부에 좋은 약초, 오일 등을 넣고 

샴푸 전에 10~15분 정도 반신욕 시간을 갖고 있다.



예고 없이 목욕을 하게 된 나의 보리는 다소 불만을 가진 듯이 보였지만.

적당히 따뜻한 물이 받아지자

배를 쭉 깔고 앉더니

금세 아저씨 소리를 내며

졸곤 한다.


착각일지라도 

이러고 탕에 몸 담그고 졸고 있는 나의 보리를 볼 때면 나는

스스로 좋은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나 같은 좋은 주인을 만난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피곰은 조용한 정적 속에서 

나를 깨어있게 하지 않는다.


탕에서는 연하지만, 한약 냄새 같은 건강한 냄새가 솔솔 올라오고 있고

따뜻하고..따뜻하고...


피곰은 물을 좋아하는지 습기를 느끼자 힘이 세져서 나를 더 누르는 느낌이다.

내 눈꺼풀도 함께.매직!


나와 나의 보리는 잠깐을 함께 졸다가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탕에 있으면 피부에 더 안 좋으므로 

반신욕 할 땐 시간을 지켜달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나를 번쩍 깨운다.


다행이다.

10분.. 지났어...


이제 그만..

씻을까..?


세신가 된 느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야무지게

버블버블.

손님 시원하세요?

두 가지의 약 샴푸가 끝나면



자~개운하게 씻어버리자.


앗. 꾸정물,,

흘러가는 꾸정물을 보니

꼬질꼬질하게 보인 게 내 느낌만은 아닌 게 확실해졌다.


나의 보리는 대들지도 않고 나대지도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려 하지도 않지만

왜인지.



수건으로 물기를 탁탁 털어낼 때쯤이면

내 어깨 위에 피곰이 두 마리로 증식한 느낌이 든다.


제 어깨가 좀 많이 뻐근한데요..

위이이이잉~

드라이기로 물기 건조,

피곰이 새끼를 치고 있다..



나의 보리의 털을 말리고 나면 확실하게 세 마리

보통일이 아니다.. 털을 말리는 작업은..

나는 꼼꼼하게 말려줬다 생각하는데


나의 보리는


이불로 후다다다닥 달려가더니

마치 드라이기로 몸을 말린 적도,말려 본 적도 없다는 느낌으로 

말도 안 되는 웨이브를 시연하는 중이다.


억울한 느낌이 들지만


확실하게

반짝반짝해진 나의 보리를 보니,


나는 


잠들지 아니할 수 없다.


오늘 나는 온몸이 땅으로 가라앉을지도 몰라.....

침몰.





_ 피곰. 생긴건 귀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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