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6. 치즈케이크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작업실에서 먹을까.. 하다가 이내 까먹고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져온 홀 케이크.
내가 많이 좋아하는 퐁송퐁송한 치즈케이크였고.
친구의 탁월한 선택에 감동하는 와중에.
역시나 오늘도 나의 보리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왔다.
이 정도면 귀신이야.
귀요미- 방문을 여는 개인기가 생겼더구나.
케이크를 꺼내긴 했지만.
나는 잠시 케이크의 예쁜 모습을 보느라 먹지 않고 있으니
너는 도전도 빠르고 포기도 빠른 녀석인지라.
그 자리에 착석.
?????!!!!!!
zzzzz
글쎄. 나는 왜 자꾸 너를 어떤 '먹을 것'의 느낌과 비교하려 드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본능적으로다가 내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느낌인지라 그렇게 된다.
첫 화 계란말이 편에서도 썼지만,
그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들었다.
계란말이와 치즈케이크는 다르잖아.
이 퐁송퐁송한 치즈케이크 한 조각과,
금방이고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드는 너를 내 앞에 두고 있자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포근하고,
따뜻한 순간을 온전히 가까이에 둔, 가진 사람이 된, 온전히 갖은자의 느낌이랄까.
머릿속에 풀지 못하고 있는 실타래를 손에서 잠시나마 놓을 수 있다.라는 안온함 까지.
이 작은 생명체가 매 순간 내게 전하는 "슬로우 라이프" 는 정말이지
매일의 안정제 같은 것이 되었다.
존재에 감사하고.
물론 치즈케이크의 존재에도.
베이커리에도 파티쉐 에게도 감사.
나도
어디에서든 저렇게 잠들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진심 숙면하고 있는 거지 나의 보리.
부러운 시선반 엄마 미소반이 섞인 미소로 잠시 지긋이 쳐다보는 것을, 행운 이게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뾰족한 나에게도 언젠가는 폭신한 솜 같은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 치즈케이크 너무 맛있어, 한 판다 먹은 거는 일도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