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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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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n 20. 2017

<나의 보리>

epi 6. 치즈케이크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작업실에서 먹을까.. 하다가 이내 까먹고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져온 홀 케이크.




내가 많이 좋아하는 퐁송퐁송한 치즈케이크였고.

친구의 탁월한 선택에 감동하는 와중에.

역시나 오늘도 나의 보리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왔다.

이 정도면 귀신이야.


귀요미- 방문을 여는 개인기가 생겼더구나.

케이크를 꺼내긴 했지만.

나는 잠시 케이크의 예쁜 모습을 보느라 먹지 않고 있으니

너는 도전도 빠르고 포기도 빠른 녀석인지라.

그 자리에 착석.


?????!!!!!!


 zzzzz





글쎄. 나는 왜 자꾸 너를 어떤 '먹을 것'의 느낌과 비교하려 드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본능적으로다가 내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느낌인지라 그렇게 된다.


첫 화 계란말이 편에서도 썼지만,

그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들었다.

계란말이와 치즈케이크는 다르잖아.



이 퐁송퐁송한 치즈케이크 한 조각과,

금방이고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드는 너를 내 앞에 두고 있자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포근하고, 

따뜻한 순간을 온전히 가까이에 둔, 가진 사람이 된, 온전히 갖은자의 느낌이랄까.

머릿속에 풀지 못하고 있는 실타래를 손에서 잠시나마 놓을 수 있다.라는 안온함 까지.




이 작은 생명체가 매 순간 내게 전하는 "슬로우 라이프" 는 정말이지

매일의 안정제 같은 것이 되었다.


존재에 감사하고.

물론 치즈케이크의 존재에도.

베이커리에도 파티쉐 에게도 감사.





나도

어디에서든 저렇게 잠들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진심 숙면하고 있는 거지 나의 보리.


부러운 시선반 엄마 미소반이 섞인 미소로 잠시 지긋이 쳐다보는 것을, 행운 이게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뾰족한 나에게도 언젠가는 폭신한 솜 같은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 치즈케이크 너무 맛있어, 한 판다 먹은 거는 일도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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