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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나의 보리>

epi 5. 올웨이즈 헝그리

by choi Bo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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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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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고개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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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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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다 집중을 지속시켜줄 간식을 꼬박꼬박, 짬짬이 먹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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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뜯었고,

평소 고개 움직이는 정도가 큰 움직임인 그는


내가 내는 간식 뜯는 달그락, 바스락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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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반응한다.

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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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리는 몸이 거대해진 이후

거의 이런 식으로 엎드려있는 시간이 늘었고,


우리가 친해 보이지만

사실

나의 보리는

'주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 나는 그냥 동거인 찌끄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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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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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내 부름 따위 거의 응하지 않는다.

마이웨이.




그런 나의 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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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내가

달그락 소리를 낸다거나, 바스락 소리, 부스럭 소리, 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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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하게 반응하는데...


해서 나는 그의 식욕 식탐을 의식해 최대한 소리를 적게 내려 애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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챡!!!

듣지 못하는 소리가 없다.



여기서 말인데.

나는 나의 보리의 밥을 절대 적게 준다거나 굶기 거나하지 않는다.

잘은 못해줘도 끼니만은 영양대로 챙겨주려 애쓰는 타입으로..


무슨 일인지.

나의 보리는 늘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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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우리 이렇게 많이 먹으면 안돼~무슨 소리 날 때마다 뭐 달라고 하면 안 돼~

이렇게 계속 살이 찌면 많은 곳이 아파질 거야..."


오늘도 달래 본다.





한 2년 전부터인가..

나의 보리에게 피부에' 병'이란게 돋아났고

온갖 병원을 다니고 검사를 하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극강의 피부병.

의사 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코카스파니엘들은 원래 그 피부병이 유전병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안쓰러운 마음에 민간요법까지 써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

데밋-

처방해온 그 피부약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너무나도 알고 있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가려워해서 약을 끊을 수도 없다.


나의 보리의 식욕이 급작스럽게 증폭한 것도 마침 약을 먹기 시작한 그때부터.

안 좋은 마음에 나의 보리가 달라는 데로 애지 간하면 못이기는척 먹을 것을 주었고,

결과. 너무나도 몸이 불어났다.

운동을 격하 게시 킬 수 없어 걷기 수준으로만 하지만 역부족.


뭔가 악순환의 느낌.


'체중을 줄여주고싶다...'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보리의 먹을 것에, 양에, 칼로리에 너무나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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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자주있는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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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잠들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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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참는다는 것" 이말은 마법의 말로,

그말을 인지한 바로 그때부터

참는다는 것에 자체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 같다.


'배가 고프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참고"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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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센텐스.

참는다에 사로잡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때 내방이아닌 부엌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의

..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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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동시에 눈을 떴다.


홀린 듯이 재빠르게 부엌으로 나가보았고

나는 나의 보리와같이, 아니 어쩌면 더 민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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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엔 늦은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동생이 먹던 카스텔라를 흔적이 남아있었다.


카스텔라.


나는 일본식 카스텔라를 좋아한다.

마지막에 까르륵 씹히는 설탕이 특히나.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우리는

한 조각을 나눠먹기를 무의식 중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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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

냐미.

행복하다.

참지않음으로서 비로소 참는다에서 해방되었다.


불 꺼진 부엌에서 나의 보리와 나눠먹은 카스텔라는

뭐랄까.

나눠먹어서 더 한입거리였고 더 여운이 남았고 아쉬웠고.

짧은 행복한 맛.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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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면 어떠노-

마른 개가 있음 뚱뚱한 개도 있는 거지.


꼭 먹을것이 아니더라도? 줄수있는 순간순간을 행복함의 맛을 느끼며 살게 해주자.

(운동을 더 자주시키자)

그만 걱정하고 그만 안쓰러워하며 그만 불쌍해하자.


뚱뚱하면 어떠냔 말이다.

이렇게 포슬하고 보살스럽고 따뜻한 나의보리인데.



참지 말고 순간에 솔직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게 훨씬 즐겁다.



_앞으로 운동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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