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무엇으로 연결되는가
원제 – 좀도둑 가족
쇼타는 그가 어릴 적 차에서 그를 구출했다는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 구성원은 할머니(하츠에), 어머니(노부요), 아버지(오사무), 딸(아키)처럼 보이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누구도 혈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필품을 훔치고 고로케를 사 먹는 가족은 여러 방법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오사무는 막노동을 하면서 쇼타와 같이 도둑질을 하고, 노부요는 세탁업체에서 일한다. 아키는 유흥업소에서 돈을 벌고, 하츠에는 전남편의 연금을 매달 받으면서 아키의 부모를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돈을 받는다. 쇼타와 오사무는 물건을 훔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어린 여자 아이, 유리를 만난다. 이들은 유리가 그의 부모에게서 학대당한 것을 알고 같이 살기로 한다. 가족은 유리와 함께 잘 살아가는 듯 하지만, 어느 날 쇼타는 도둑질을 들켜버리게 되고 가족은 모두 흩어진다.
이 가족의 삶이 세상에 공개되고 사람들은 노부요-오사무 부부가 돈 때문에 노인의 시신을 방치하고 어린아이들을 유기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신 유기라는 혐의에 대해 남들이 버린 걸 주운 것일 뿐이라는 노부요의 말처럼 이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버려진 사람들을 데려와 사랑을 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츠에가 노부요를, 노부요가 유리를 선택했고, 노부요도 하츠에를, 유리도 노부요를 선택했다. 아키가 진짜 부모 대신 가짜 부모를 가족으로 선택했던 건 이들 말대로 스스로 선택한 가족에는 강한 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만으로 행복을 얻을 수는 없기에 생계유지를 위해 하츠에가 아키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아야 했고 오사무는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쳐야 했지만 이들 가족을 진정으로 연결시키는 건 돈이 아니라 유대였다. 그들에게 돈은 목적이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러한 가짜 가족은 쇼타에 의해 해체된다. 쇼타는 이 가족 안에서 유일하게 갈등했던 인물이다. 그 갈등의 시작은 쇼타가 유리와 함께 문구점에 도둑질하러 간 날이다. 쇼타는 오사무에게서 매대에 있는 건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가게에서 도둑질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배웠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둑질을 해왔고 동생 유리에게도 그의 도둑질을 가르쳐준다. 유리가 첫 도둑질을 하게 된 날 문구점 주인에게 들키게 되고, 주인은 쇼타에게 ‘동생에겐 도둑질을 시키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거기에서 그는 의구심이 든다: 왜 나는 되는데 유리에게는 도둑질을 시키지 말라는 걸까? 오빠가 여동생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게 안된다면, 아빠는 아들에게 도둑질을 시켜도 되는 걸까? 가짜 손가락처럼 가짜 가족은 진짜 가족이 될 수 없는 걸까?
그의 두 번째 의구심은 오사무가 주차장에서 자동차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칠 때 생겨난다.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을 도둑질하는 건 나쁜 게 아니라더니, 오사무는 남의 소유인 물건을 함부로 해치고 훔친다. 자동차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은 그가 오사무-노부요 부부와 가족이 된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그들은 쇼타를 차 안에서 ‘구출해주’다가 가족이 된 것이라고 했다. 쇼타 역시 남의 소유였는데 오사무가 함부로 훔친 걸까? 쇼타는 이러한 갈등 끝에 이 가족을 해체하고자 경찰에 잡히려 한다. 일부러 서툴게 물건을 훔치고서 달아나다가 다리에서 떨어진다.
쇼타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좀도둑 가족’의 실상이 모두 폭로되고 노부요는 실형을 받는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 노부요는 쇼타가 진짜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하고, 쇼타는 오사무에게 자신의 고의를 고백한다. 영화의 엔딩에서야 쇼타는 오사무를 아버지라 부르며 가족의 회생에 대한 희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전작에서부터 가족의 경계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온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피로 연결된 가족과 유대로 연결된 가족 중 어느 게 진짜 가족인지,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가족과 스스로 선택한 가족 중 어느 게 더 진짜 가족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