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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의 모임! 40년 만의 만남!

참 좋은 친구들

by 최담

지난 주말, 오랜 친구들의 모임이 이곳에서 있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전국에서 찾아왔다. 넉넉하게 날짜를 잡은 덕에 맞춤한 숙소도 예약이 가능했다. 지난 모임은 참석을 못 했는데, 일부러 시간과 장소를 나에게 맞춰 줬다. 만나기 전까지의 날들을 설렘으로 보내며 기다렸다.


모임의 구성은 시골 중학교와 시내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10명의 친구들로 이루어졌다. 알고 지낸 시간은 45년, 정식 모임으로 함께 한 시간은 40년이다. 풋풋한 시골 촌놈들이 겁 없이 서울의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다 모임을 결성했다. 주 무대는 종로 2, 3가였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만나면 너나없이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노래하며 어울렸다. 때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투박하고 순수한 청춘들은 연애에는 하나같이 소질이 없었다. 모이면 자신들의 순애보만 늘어놓을 뿐, 결실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가장 도회적이고 사교적인 친구가 제일 먼저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 그때부터 모임은 한 층 더 시끄럽고 요란해졌다. 모임에 한 쌍의 커플이 더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그 친구와 여자친구는 부부가 되었다.


친구들과의 시간은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10명의 친구들은 모두 운동을 잘했다. 자연스레 축구팀을 만들어 서울에 있는 조기회 팀들과 수시로 경기를 가졌다. 연전연승이었다. 서른 즈음에 모두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레 부부동반 모임이 되었다. 고만 고만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모임의 식구들은 급속히 늘어났다. 몇 년을 잘나가던 축구는 세월의 벽 앞에 '승'보다 '패'가 많아지면서 과감히 멈췄다.

이후 모임은 1박 2일로 1년에 두 번, 전 가족이 참여하는 행사로 고정됐다. 한번 모이면 거의 40여 명의 대 가족이 함께 했다. 아이들은 서로 만나 허물없이 어울리고 신나게 뛰어놀았다. 봄, 가을로 만나면서 아이들의 커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부부만 참여하는 조촐한 모임으로 바뀌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나름의 역할과 본분을 다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든든하고 자랑 스러 웠다. 여러 이유로 전국 각지로 흩어져 살았지만 모임 때는 늘 함께 했다. 모임은 돌아가면서 이끌어 갔다. 각자 개성 있는 프로그램과 먹거리 준비에 진심이었다. 아내들도 오랜 시간 어울리며 친구처럼 허물없이 잘 지냈다. 친구들은 서로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며 힘이 되고 위로가 됐다. 잠시 소원해도 누구 하나 마음이 흔들리거나 변하지 않았다.


그 친구들이 어느덧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문 앞에 서있다. 먼저 문을 열고 나온 친구도 있고 곧 그 문으로 들어설 친구들이 줄 줄이다. 모임의 대부분은 인생 3 막을 어떻게 열어 갈지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비켜갈 수 없는 건강 문제도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건강관리와 예방, 처방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나름의 경험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우수수 빠져나가는 머리카락과 삐걱대는 뼈마디와 쓰린 속병의 애절한 고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불쑥불쑥 오래전 추억의 시간들을 길어 올리며 한바탕 웃고 떠들어 댔다.


한결같은 친구들이다. 한 친구가 말했다. "헤어지고 집에 가서도 한 동안 힐링 되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게 해주는 모임이라 정말 좋다."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들 함께하는 40년의 시간은 늘 그랬다. 언제든 무슨 일이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줄 친구들과의 우정은 세월과 함께 더 깊어지고 무르익어 간다.


모임 중에 다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한 번 찾아가고 싶은 데 시간이 괜찮은지 물었다. 흔쾌히 승낙했다.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얼굴을 본 지는 40년이 되었다. 얼마 전, 금융회사에서 퇴직한 뒤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데 먼저 귀농한 친구에게 여러 정보와 경험담들을 듣고 싶다며 먼 길을 온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시골 촌놈들이 도시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주눅 들어 있을 때였다. 그 친구는 온순하고 조용하며 공부만 열심히 했다. 그래서인지 서로가 마음이 통하고 잘 어울렸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이 달라지고 자연스레 멀어졌는 데 그 이후의 시간이 까마득하다.


40년 동안의 모임을 끝내고 40년 만에 오는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도 설렘으로 가득 찼다.

차에서 내려 환하게 웃는 친구의 모습은 살이 조금 붙었지만 고교 시절 그대로였다. 반갑게 악수하고 포옹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친구도 나를 보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도 바로 알아보겠다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친구는 남녘의 빛고을에서 살고 있다. 오래전, 아픈 아내를 멀리 떠나보내고 혼자 두 아이를 잘 키워냈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기억된 친구의 모습이 쉽지 않은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지켜내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학창 시절 이야기와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들, 앞으로의 계획들을 어제 만난 친구처럼 편안하고 격의 없이 터놓았다. 오랜만의 만남에 비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40년의 시간은 물리적인 거리일 뿐이었다.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친구야!


언제 봐도 반갑고 좋은 친구들,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듯 허물없고 정겨운 친구!

삶에 휴식 같은 친구들이 있어 감사한 날들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친구들의 멋진 내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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