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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파수꾼,
참 언론인 송 국장님!

[농부가 만난 사람들-13]

by 최담

언론은 사회의 공기요, 물과 같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정론직필의 언론사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자양분이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종이신문의 역할이 축소되고 힘을 잃어가지만 공동체의 소통과 정보 전달, 올바른 여론 형성의 역할은 그대로다. 건강한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반면에 언론이 언론이 아니고 기자가 기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런 부류의 언론은 사회의 흉기요, 흙탕물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역 신문도 생겨났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공론장으로서 지역신문은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능을 했다. 때맞춰 지역에도 신문이 창간됐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송 국장님은 그때부터 35년째 한길을 걷고 있다. 쉽지 않은 지역 언론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 가고 있다.


작은 지역에 지금은 두 개의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2009년, 원래 몸담고 있던 지역신문이 지역의 토호에게 넘어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과 함께 송 국장님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신문이 탄생했다. 그렇게 창간된 신문이 "보은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이곳에 내려온 시기와 같은 해에 "보은사람들"도 문을 열었다. "보은사람들"은 주간지이다. 창간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목요일 발행된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꼬박꼬박 신문을 만들어 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중심에 송 국장님이 있다.


송 국장님은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유익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 취재원이 있거나 취재거리가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기자의 본분을 실천하고 있다. 증거와 자료는 발로 뛰는 사람 앞에 놓이게 된다. 지치고 힘들어도 넘어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제 몫을 소리 없이 해낸다. 기자가 없어 혼자 신문사를 운영할 때도 있었다. 가장 큰 위기였다. 포기하고 주저앉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신문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발행했다. 신문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였다. 그때 만났던 송 국장님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가혹했지만 함께 자리했던 일행들은 송 국장님에게 간곡히 매달리며 부탁했다. 지역을 지키고 숨통을 트이게 하는 구심점인 신문사가 문을 닫으면 이곳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지금은 능력 있는 취재기자도 충원이 되어 신발 끈 동여 매고 다시 열심히 뛰고 있다. 올여름엔 송 국장님의 열정과 헌신을 오랫동안 지켜본 독지가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에 들어간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언론인의 사명을 잃지 않고 헌신한 송 국장님의 노고에 대한 큰 선물이다.


한 집 건너 일가친척이고 두 집 건너 아는 사람인 지역에서 언론인이 중심을 잃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는 쉽지 않다. 권력의 횡포와 억압도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지역민이 모인 면전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은 단체장도 있었다. 직접적인 광고 탄압과 취재거부도 이어졌다. 어두운 곳을 비추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지역신문은 조그만 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리는 촛불 같은 존재다.

지역의 현안을 다루고 진실을 파헤쳐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송 국장님은 오늘도 지역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며 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


내일 아침엔 지역에서 일어난 한 주간의 소식을 가득 담은 "보은사람들"이 약속처럼 문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

송 국장님은 그렇게 지역민 모두와의 약속을 어김없이 지켜 나간다. 그 약속엔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독자들의 응원과 언론인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의지는 송 국장님을 현장으로 달려가게 하는 원천이다. 영원한 현역! 송 국장님께 독자로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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