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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Oct 28. 2023

학교 그만 다니는 게 어때? <3>

바라던 영재가 되기 위해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학원을 보내지 않고 성적도 연연하지 않는 부모를 두고 '용기냐? 포기냐?'며 말들이 많았다. 자녀 교육에 관해선 절대 남에게 강요하거나 내세워서는 안 된다. 남의 아이를 두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건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모든 아이는 다르고 적어도 한 가지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거꾸로 가고 있으며 아이들을 망치고 있을 뿐.


아들은 다방면에 소질이 많았다. 호기심도 넘치고 집요함도 있었다.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재능을 살려 전통공예 쪽 진로를 찾아 학교를 알아봤으나, 아들은 지역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어 했다.




실컷 놀다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됐는지 마음먹고 공부를 했다.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한다면 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준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아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은 계속 됐다. 1학년을 신나게 마무리하고 2학년이 되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특성상 공부가 최우선이었다. 학교 분위기는 성적으로 좌우되고 학생들도 숫자로 평가되고 줄 세워졌다. 학우들은 모두 대학을 가는 길에 만난 잠재적 경쟁자였고 앞서야 할 대상이었다. 그 시험대에 아들도 올라서 있었다. 아이들의 타고난 자질과 펼치고 싶은 꿈은 무시되고 미뤄졌다. 대학으로 가기 위한 주입식 암기 위주의 학습과 기형적 입시제도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아들과는 맞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들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 공부만 빼고.


2학년 1학기 중간쯤 아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학교 그만 다니는 게 어때?” 아들은 황당해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보고 싶은 걸 실컷 보고, 가고 싶은 곳을 언제든 갈 수 있는 시간을 누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아들이 스스로 꿈을 찾아가며 자신의 멋진 미래를 열어 가는데 정규 교육과정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대학 진학은 하지 않기를 바랐다. 대학은 정말 필요한 공부가 있을 때 가는 곳이다. 그곳이 어디에 있든. 무엇보다 등록금이 아까웠다. 그 돈을 자기 계발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믿었다.


정규 교육은 한글을 깨치고 영어 알파벳을 알며 산수만 할 줄 알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살아오면서 실감했다. 아들의 학업 성취는 그 이상이었으니 학교를 그만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고민 끝에 아들은 결정했다. 1학기까지만 다니고 그만 두기로.



딸은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 알아서 공부하는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하면서도 장학금을 받았다.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어떤 일이든 알아서 척척 해내며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딸도 2학년이 되고 서서히 대학 입시와 공부에 대한 부담이 오는 듯했다. 기대와 관심을 받고 열심히 노력했다. 여전히 학교 생활은 동분 서주, 빈틈이 없었다. 안타까웠다. 2학년 2학기 중간쯤 지나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빠처럼 학교 그만 다니는 게 어때?" 딸도 황당해했다.  진지한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현명한 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많은 선생님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2학기를 마무리하고 그만두었다.



아들과 딸은 멋지게 자퇴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화끈하게 하고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멋진 선택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 위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똑 부러지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리라 확신했다.



아들, 딸에게 바라는 영재는 학교 공부로 되는 게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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