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담 Jan 24. 2024

<농부와 교육> 배움은 끝이 없다

평생학습

농부는 공부하는 직업이다. 농사는 정답이 없는 무수한 변수와의 싸움이다.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늘 묻고 배우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관찰해야 해야 한다. 새해가 되면 각 기관마다 한 해의 교육일정을 공고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중간중간 새로운 교육과정과 강의도 개설된다. 공부할 기회와 시간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농업 현장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의 의미도 함께 갖는다.


귀농을 실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슬기로운 농촌생활'이란 귀농 교육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총 100시간의 교육 과정을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수강했다. 이론과 실습, 선진지 견학을 통해 농업정책과 농사 및 농촌의 현실 등에 대해 생생하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도시를 떠나리라 마음먹었기에 미리 교육을 받아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교육 중에 바로 귀농을 결심할 만큼 효과는 컸다. 인생의 전환점이자 길잡이가 되어준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농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종류도 많고 범위와 과정도 폭넓다. 농업인 대학, 작물별 실용교육, 전문가 양성교육, 마케팅 교육, 정보화 교육, 종사자교육부터 각종 기능별 자격증 및 면허 취득까지 다양하다. 농업 전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작물별, 운영별 기본, 심화과정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작물의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오랜 기간 진행되는 농업인대학 과정도 있다.

문화원이나 여성회관, 노인회관, 청소년 문화의 집은 물론 각 읍, 면의 주민자치센터에도 각종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저렴한 비용으로 취미활동을 하거나 특기를 살릴 수 있다.

공부하고자 하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배움터이다.


교육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과정도 있고 1회로 끝나는 교육도 있다. 집합과 온라인을 병행하기도 하고 합숙을 하며 이어지기도 한다. 실내 교육과 현장 교육, 실습과 견학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신청하고 수강해서 반드시 수료하는 게 중요하다.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교육은 기존의 농부들보다 귀농인들의 참여와 교육열이 훨씬 높다. 교육 자체를 좋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많은 교육 과정이 있지만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귀농 교육을 받으며 유정란 생산을 목표로 닭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닭 사육과 달걀에 대한 지식은 거의 백지상태였다. 공부를 시작했다.

닭이나 달걀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섭렵했다. 인터넷은 물론, 책과 논문까지 검색을 통해 닦치는 대로 자료를 수집했다. 엄청난 분량이었다. 단편적인 지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본 아내는 논문을 써도 되겠다며 격려해 줬다. 공부의 깊이와 폭이 넓어질수록 귀농 후 목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더 해 졌다.


닭을 키우는 건 거의 모든 귀농, 귀촌인들의 로망이다. 봄 볕이 따스한 날 마당에서 한가로이 모이를 쪼아 먹는 닭들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딱 거기 까지다.

생업으로서 닭을 키우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산란용 닭 사육은 까다롭고 정교함이 요구된다. 치밀하고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자라는 환경과 먹는 모이에 따라 닭의 건강과 달걀의 품질이 좌우된다. 자연양계로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엔 더욱 깊이 있는 지식과 상황 변화에 따른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축사를 짓고 병아리를 들여와 힘차게 출발했다. 현장은 이론과 실습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무수한 변수와 장벽이 놓여 있었다. 새로운 공부가 필요했다. 언제든 물어보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스승의 존재가 절실했다.

스승 찾아 삼만리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진짜 고수는 초야에 숨어 있었다. 서해 바다가 보이는 끝자락 조그만 시골 마을에 계시는 자연양계의 고수를 찾았다. 직접 모시고 와 농장 구석구석을 보여드렸다. 닭과 달걀의 상태도 세밀하게 관찰했다.

곧바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내려 주셨다. 직접 찾아뵙거나 전화로 문의를 드릴 때마다 자세하게 알려주시고 해결해 주신 덕분에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자연양계로 닭을 키우고 계셨던 분의 가르침과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자신의 분야에서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스승과 선배를 만난 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요, 선물이다.

이 또한 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다.


농부의 경력이 쌓여 갈수록 전문 지식은 깊고 넓어진다. 깊어 가는 만큼 더 탐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농장 운영이 다양화될수록 그 분야의 기초, 심화 과정 또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농사에서 자만은 금물이다. 오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배우고 익히는 학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론은 따를 자가 없는 데 정작 결과물은 초라한 경우가 많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 논과 밭과 산으로 나가 성실하게 일하지 않으면 농부의 이론은 공염불이 된다. 교육의 효과는 농부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성실한 땀방울이 결합되었을 때 나타난다. 농부의 공부엔 끝이 없다.


삶도 평생학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워야 할 건 더 많아진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도 교육을 받는다.

글을 쓰는 것도 배움과 훈련의 연속이다.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 하루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