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에 포섭되지 못한 나 1

by DAN

강의가 끝나고, 시내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언니가 자기는 A대학교 심리학과 전공인데,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심리테스트 광인이었던 나와 아무 생각 없던 친구는 가까운 카페에 앉아 심리테스트와 함께 전화번호도 남겨주고 나왔다.


며칠이 지나고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꽤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심리테스트를 진행한 몇 명 중 제일 독특한 편이라 다시 한번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내심 기뻤다. 내가 특별하고 독특한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흥분됐다! 당장 만나자고 하고 다음날 몇 가지 테스트를 더 진행했다.


언니는 내가 굉장히 우울하고, 사연이 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오! 너무 신이 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인에어처럼 고독하고 신비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언니는 나랑 비슷한 몇 명을 묶어 팀을 만들고, 그들과 심리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심지어 나랑 비슷한 사람들? 너무 설렜다. 깊은 우울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당장 만나고 싶었다!

20살이 되면 꼭 연애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깊은 정서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모임은 바로 진행되었다. 한 살 많은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나였다. 읽고 있는 여러분은 느꼈겠지만, 심리에 대한 공부가 아닌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리더인 오빠는 성경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무교지만 미션스쿨에 다녔기 때문에 오빠가 왜 성경을 해석하는지 궁금했고, 걱정됐다. "오빠 이런 거 오빠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알려주면 안 돼요. 큰일 나요!" 오빠는 표정이 어두웠다. 매 회 만날 때마다 학습지 선생님처럼 분량을 채워야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이거 우리끼리 해도 되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될 거 같아요!" 오빠는 항상 표정이 어두웠다.


심지어 나는 "둘이 사귀는 거예요???"라고 물어댔다. 언제 물었냐고? 아무 때나. 내가 내킬 때.

왜 그랬냐고? 나는 그때 연애가 너무 미치도록 하고 싶은 20살이었다. 하지만 오빠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이미 둘이 사귀고 있거나, 썸 타는 중이라고 단정 지은 지 오래였다.


모임에 갈 때마다 생각했다. 그냥 언니랑 오빠가 빨리 사귀고 나한테 어떻게 사귀게 되었고, 20살이 넘은 사람은 어떤 연애를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대체 언제 사귀는지 궁금했다! 기회가 된다면 내 앞에서 고백하고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냥 도파민에 목마른 무례한 여자애였다.


언니와 오빠가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고 말한 날까지도 나는 "오빠가 언니 좋아하는 거 맞죠!"라는 철없는 소리만 해댔다. 당시에는 오빠뿐만이 아니라 언니까지도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그대로 손절당했고, 인연이 여기까지라 아쉬웠지만 언니와 오빠의 러브스토리의 전개가 더뎌 재미없어진 참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끝날 때 까지도,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길거리에 비슷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이 모임이 어떤 모임이었는지 깨우치지 못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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