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에 포섭되지 못한 나 2

by DAN

내가 그 모임이 어떤 종교의 포교 활동일 거라고 짐작하게 된 건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후였다.


그날은 혼자 영화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데 뒤에 있던 또래 여성 두 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그 옷 어디서 사셨어요?" 기뻤다. 내 패션센스를 알아봐 주다니. 심지어 물어볼 정도로 멋졌다니. 기분이 째졌다. "이거 스파브랜드에서 산 남성 셔츠예요!" 뻔하지 않게 다른 성별의 옷을 입은 나.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빨리 나에게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라고 칭찬받고 싶었다. "정말요?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빠른 전개지만 나는 사람을 참 좋아했다. 내가 먼저 서둘러 카페로 안내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남성 셔츠를 살 생각을 했는지. 원래 옷에 관심이 많은지. 옷을 고르는 팁이 있는지. 내가 원하던 대로 나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이들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이 꽤 잘 통한다고 느끼자마자, 그녀는 본인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정도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침착하게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고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냈다고 말하더니, 제사를 지내고 나서 많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나는 당시 10만 원의 돈도 벌벌 떨던 사람이었다. 놀란 나는 "제사요??? 그런 거 돈 많이 들지 않아요???" 큰소리로 말해버렸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사찰에 관련된 프로젝트 때문에, 2주간 8군데의 절에 출장을 다녀온 직후였다. 절 뽕에 차오른 세미 보살님(?)이었다. "그런 거 하지 말고 절에 다녀와요. 세상에 좋은 절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의 절 소개는 1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마음이 괴로우면 여행 삼아 이곳저곳 절을 구경해 봐라. 꼭 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되니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다니며 마음을 다스려봐라. 나는 내가 느꼈던 좋은 점을 나열하며 그들을 설득했다.


그들은 지쳐 보였다. 나도 그들이 지친 걸 알았고, 돌아가는 상황이 그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느껴졌다. 점점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 했지만, 나는 전국팔도의 절을 다 소개할 참이었다. 네 군데쯤 소개했을까? 그들은 다음에 만나 이야기를 하자며 서둘러 일어났다. 나는 붙잡고 다섯 번째 절을 소개하려 했다. 시간이 늦어 막차를 타야 한다며 그들은 나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제사라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저 나약한 친구에게 꽤 유익한 내용을 설명한 내가 뿌듯했고, 다시 만날 정도의 인연은 아닌 거 같으니 어딘가에서 알아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대화를 했다고 느꼈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내 입이 이제 슬슬 풀려갔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바로 고향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이런 친구들을 만났다고 설명한 순간 느꼈다. "아 맞다. 쟤네가 제사에 대해 말했는데 이거 사이비아냐? 맞다! 나 옛날에도 길거리에서 어떤 언니가 소개해줘서 언니, 오빠들이랑 성경공부했었다!" 친구는 나한테 제정신도 아닌 것 같고, 겁도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내 이야기를 항상 궁금해했다. 너 요즘 별일 없냐고.


나는 항상 대답했다.

“별일은 없고 웃긴 일은 있었어!"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사이비 종교에 포섭되지 못한 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