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와 거미의 꿈

발바닥이 가르쳐준 두 가지 깨달음

by 최동철

오르는 길에서 만난 삶의 여유


오늘은 평소와 달리 산을 오르며 발바닥 명상을 시작했다. 땅을 디디는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이 평화로운 발걸음 속에서 나는 문득 '여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삶은 바퀴의 중심축처럼 빡빡하여야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느슨하게, 여유롭게 흘러갈 시공간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일이 없는 상태를 시간적 여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오히려 마음이 더 바쁘고 고달프다. 진정한 시간적 여유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내가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여백이다.


최근 나는 새벽 산책과 지방 출장을 통해 공간적 여유를 넓혔다. 이제는 내 삶의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갈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야 할 때다.


꿈의 크기보다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시간


한참을 걷다 얼굴에 거미줄이 걸려 깜짝 놀랐다. 등산로 한가운데 떡하니 쳐진 거미줄. 거미는 사람을 잡으려는 걸까, 멧돼지를 잡으려는 걸까. 결국 사람의 걸음에 뜯겨나갈 수밖에 없는 줄을 치면서도, 이 작은 거미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어리석어 보이는 거미의 모습에서 나는 '그릇의 크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꿈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역량, 나의 그릇의 크기다. 애기 손바닥만 한 거미가 등산로 한가운데 거미줄을 친다고 사람을 낚을 수는 없다. 거미의 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꿈을 담을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나 역시 무모한 꿈을 쫓기보다, 내 역량에 맞춰 실현 가능한 꿈을 꾸고 그 그릇을 키워나가기로 다짐한다.


오늘 발바닥이 가르쳐준 두 가지 교훈, '삶의 여유'와 '그릇의 크기'. 산을 오르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이 소중한 깨달음을 다시 새긴다. 삶은 빡빡하게만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여유를 즐기며 나 자신의 그릇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다.


#발바닥명상 #새벽산책 #마음챙김 #삶의여유 #꿈과역량 #인생성찰 #자연의소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빗속의 발걸음, 핑계를 넘어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