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 속, 발바닥이 가르쳐준 때와 장소
2025년 9월 2일, 새벽 3시 33분. 평소보다 3분 늦은 새벽 하산길을 시작합니다. 어둠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짙고, 어제 내린 비와 아직은 뜨거운 땅의 열기 때문인지 온 산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앞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시야를 빼앗긴 길 위에서, 나의 발바닥은 곧 나의 눈이 됩니다.
축축한 흙의 감촉, 미끄러운 돌멩이의 굴곡, 빗물 머금은 나뭇가지의 미끄러짐까지.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어둠 속에서 더듬는 걸음은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발바닥의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어제 차창에 매달려 있던 거미 한 마리가 떠오릅니다. 거센 바람을 견디려 납작 엎드리고, 신호에 멈출 때마다 자세를 고쳐 잡던 그 작은 생명체.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필사적으로 버티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길을 가로질러 쳐진 거미줄은 어둠을 헤치는 내 머리에 걸립니다. 부지런히 집을 지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때와 장소를 잘못 택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거미의 운명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아무리 노력해도 때와 장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그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습니다. 때를 아는 지혜와 장소를 살피는 현명함, 그것이야말로 삶의 험난한 여정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까요?
오늘 새벽, 어둠 속에서 발로 더듬으며 걸었던 길과 작은 거미의 사투를 생각하며 깨닫습니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만큼이나, 멈춰 서서 때와 장소를 살필 줄 아는 지혜가 중요함을. 나의 발바닥은 오늘도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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