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주인이 되는 시간, 새벽 3시 30분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내년의 씨앗을 심다

by 최동철

2025년 11월 26일, 수요일 새벽 3시 30분.
오늘도 새벽 산은 어김없이 나를 품어줍니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별빛조차 숨죽인 밤이지만, 발아래는 의외의 환함이 머뭅니다. 구름에 반사된 옅은 빛이 나무 사이로 내려앉고, 그 빛을 머금은 어제 비에 젖은 낙엽들이 길을 밝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낙엽이 발바닥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흙의 냉기보다는 낙엽의 포근함이 먼저 전해지는 이 길.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숲의 바닥을 밟으며, 일주일에 가장 중심인 수요일의 무게를 가만히 느껴봅니다.

어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이 한가로운 저녁을 보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한 끼가 주는 위로 덕분이었을까요? 아니면 쫓기듯 하던 일을 이제는 앞서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었을까요.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 도망치면 휩쓸리지만, 파도를 타기로 마음먹으면 즐길 수 있듯, 이제야 비로소 일의 파도를 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일은 나의 통제 범위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삶을 직시합니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발바닥 명상이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삶의 명상은 다가올 미래를 위해 현재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겠지요.
지금 내년을 위한 새로운 일을 기획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새해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일 뿐입니다. 숲이 겨울을 앞두고 낙엽을 떨구며 다음 봄을 준비하듯, 저 또한 남은 한 달 동안 올해의 매듭을 짓고 내년의 씨앗을 심으려 합니다.

오늘부터 다시 늦게까지 일과 씨름해야 하지만,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숨 가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수요일이 되기를, 우리 모두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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