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지만 가끔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_ 1. 오늘은 나도 관광객
“책방 좀 다녀올게.”
“여기에 책방이 있나? 같이 가자.”
통영에 책방이 있다는 게 낯선 남편은 혼자서 길을 나서는 내가 못 미더웠는지 책방 나들이에 함께하였다. 남편이 함께 따라간다는 말에 혼자만의 책방 나들이가 세 식구의 책방 나들이로 바뀌어 버렸다. 사실 혼자 가도 되는데. 조용히 책 구경 좀 하고 싶은데.
우리가 찾은 곳은 <봄날의책방>이라는 동네 책방이었다. 전혁림 미술관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처음 들렀지만 낯설지 않았다. <봄날의책방>은 ‘남해의봄날’이라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책방이다. 남해의봄날은 지역에서 꽤나 성공한(?) 출판사로 유명한데, 지역에서 재발견한 소재들로 책을 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은 책방, 우리 책 좀 팝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등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책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 이 책은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순천 할머니들이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진행한 수업을 통해 뒤늦게 한글과 그림을 배워 그림일기를 써 내려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78세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꿈이 ‘건강하게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를 보고 나서, 그녀들의 삶에 마음이 찡해오면서 동시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네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곳이 남해의봄날이다. 그런 곳에서 운영하는 책방이라고 하니 매우 기대되었다.
책방은 입구부터 샛노란 외벽과 새파란 대문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편이 바로 카메라를 꺼내 아이와 나를 찍을 정도로 예쁜 외벽을 자랑했다.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 만든 서점이라 모든 공간이 한눈에 펼쳐지지 않았지만, 방마다 콘셉트를 두어 답답함과 지루함을 없애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봄날의 서가’에는 남해의봄날에서 출판한 책들이 놓여 있었고, ‘바다책방’에는 바다와 여행, 그림책을 큐레이팅(curating)하여 벽면에 전시해 두었다. 그 외에 통영 문인들의 작품을 둔 ‘작가의 방’과 ‘책 읽는 부엌’, ‘예술가의 방’ 등 각기 다른 매력으로 구성하여 책방이 아닌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남편과 나는 일단 찢어져서(?) 각자 즐기고 싶은 방으로 들어가 책을 구경하였다. 나는 ‘바다책방’과 ‘작가의 방’에 머물며 책방에서 큐레이팅 해 둔 책들을 살폈고, 남편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책방 전체를 구경하는 데에 집중했다. 아이는 내 품에 매달린 채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림책들을 살펴보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구매하였다. 《책의 아이》라는 그림책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인 올리버 제퍼스의 작품이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검붉은 표지 색상도 좋았다. ‘볼로냐 라카치상’을 수상했다는 은색 스티커까지 붙여져 있으니, 살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을 사면서 멤버십 가입도 하였다. 여유가 될 때마다 책방에 들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그런데 아쉽게도 그날 이후 한 번도 책방에 들르지 못했다. 책방에서 여러 행사를 한다는 문자를 받았는데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는 아이 손을 붙잡고 꼭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내가 고른 책을 아이에게 반강제적으로(?) 읽어주고 있지만, 다시 방문해서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한 뒤 선물로 주어야겠다. 이번엔 아이 책과 더불어 나와 남편이 읽을 책도 골라야지.
* 봄날의책방에서는 ‘봄날의친구’라는 멤버십을 따로 운영 중인데, 멤버십에 가입하면 책과 이벤트 소식을 다양하게 받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