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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원 Oct 24. 2021

숨은 명소, 전혁림 미술관

며느리지만 가끔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_ 1. 오늘은 나도 관광객

통영은 맛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멋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우선 드넓은 바다와 아기자기한 섬, 푸른 산까지 자연경관이 워낙 뛰어나다. 여기에 더해 동네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작은 공방과 갤러리 덕분에 도시 자체가 디자인된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시댁 근처에도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옻칠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전시된 갤러리다. 전통적인 나전칠기를 비롯하여 옻칠 장신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옻칠화 작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통영에 웬 옻칠미술관이냐 할 수 있겠지만, 통영은 예로부터 뛰어난 나전칠기로 이름난 곳이었다. 임금에게 통영의 나전칠기를 갖다 바칠 정도였으며,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통영에서 제작한 소반을 결혼 예물로 선물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자랑했다. 지금도 통영 곳곳에서 다양한 공예품과 목가구를 만드는 장인들이 꽤 있다.


통영에서 멋들어진 공예품들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예로부터 독자적인 군사도시로서 다른 지역들과 적극적인 문물교류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반보다는 중인들이 주축을 이루었고, 수공업과 객주, 상인들의 상업 활동이 어느 곳보다 활발하였다. 여기에 더해 바다를 낀 덕분에 전복 껍데기이나 조개 껍질, 굴 껍데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이것을 활용한 공예품들이 크게 발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통영을 찾았고, 통영에서 다양한 문학, 음악, 미술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전혁림 미술관 외관

통영에 있는 많은 갤러리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곳은 전혁림 미술관이었다. 전혁림은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가로, ‘한국의 피카소’라 불릴 만큼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색채감을 자랑한다.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살았던 화백의 집을 헐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질 만큼 건물 외벽이 눈에 잘 띈다. 알고 보니 화백의 작품과 그의 아들인 전영근 화가의 작품을 세라믹 타일에 붙여 통영과 화백의 예술적 이미지를 구현하였다고 했다. 


미술관은 총 3개의 전시실과 아트샵인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 전시실은 2000년 이후의 전혁림 화백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2 전시실은 그 이전의 작품과 화백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3 전시실은 전영근 화가의 전시 공간으로, 1 전시실과 2 전시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1층부터 천천히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였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는 남편은 한순간에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고, 나 역시 화백의 색채에 감탄하였다. ‘한국의 피카소’라는 수식어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만의 색채를 구현하고 있었다. 피카소 그림이야 말할 것도 없이 매우 훌륭하지만, 한국인이라 그런지 전혁림 화백의 그림이 더욱 끌렸다. 특히 통영 바다와 항구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에서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기운들이 동시에 느껴지곤 했다. 푸른 색감 곳곳에 노란 색감과 붉은 색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화백의 작품들은 민화를 모티브로 한 것들도 꽤 많았는데, 민화 속 동물들이 현대적 색감으로 재해석된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전혁림 미술관에서 아이와 그림을 감상하다니!


전시관을 돌고 나서 잠시 아트샵을 들렀다. 그곳엔 전혁림, 전영근 화백의 그림들로 디자인된 컵과 접시, 수저받침 등을 팔고 있었다. 종이보다 세라믹 제품에 놓였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건물 외관을 왜 하필 세라믹 타일로 디자인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조금 있었는데, 아트샵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니 이해가 갔다. 


"나중에 집 마련하면 여기 와서 그림 사자."


전혁림 화백의 그림이 꽤나 좋은 듯 남편이 그림을 사자는 제안을 하였다. 전세집을 탈출(?)하고 자가로 된 집(?)에 화백의 그림을 걸어둘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겠다.



* 전혁림미술관은 무료로 운영 중이며,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관일이니 방문 전에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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