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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원 Oct 24. 2021

정말 간단한 시어머니표 반찬

통영=굴? 통영의 찐 맛_ 2. 통영식, 아니 최가네 집밥

결혼 전, 요리라고는 된장찌개 정도만 할 수 있었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도 된장찌개였다.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에는 미더덕을 듬뿍 넣어 끓이고, 약간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에는 차돌박이를 넣어 끓였다. 또 매콤한 국물이 당길 때에는 청양고추를 두어 개 쏭쏭 썰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할 줄 아는 요리가 된장찌개뿐이라 그런지 입덧이 심할 때에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이 된장찌개였다.


결혼하고 나서 온갖 레시피를 찾아보며 음식을 만들었다. 할 줄 아는 요리가 별로 없었기에 레시피에 나오는 그대로 양을 확인해 가며 요리를 했다. 레시피가 정말 완벽했는지 아님 타고난 실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맛을 냈고, 남편 역시 처음 한 것치곤(?)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사실 요리에 쓰인 국간장, 참기름, 고추장 등 각종 양념들이 시댁과 친정에서 공수해 온 것이었기 때문에 맛을 흉내 내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된장, 고추장, 국간장과 같은 장류를 직접 담그신다. 매년 시댁 부모님께서는 직접 농사지은 깨로 참기름을 짜내고 고춧가루를 빻아 주시고, 친정 부모님은 매실을 키워 당절임을 한 뒤 매실액을 담가 주신다. 이런 재료로 요리를 하니, 맛이 아예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정성이 깃든 재료(?)를 갖고 시어머니표 반찬들을 열심히 흉내 내고 있다. 친정엄마표 반찬은 친정엄마의 건강이 허락되는 한, 철부지 없긴 하지만 계속해 달라고 졸라댈 것이다. 시어머니께는 눈치도 보이고 약간 죄송한 마음이 들기에 곁눈질로 보고 따라 하고 있는데, 그중 휘뚜루마뚜루 할 수 있는 반찬으로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 통영식 꽈리고추 반찬

이름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몰라 그냥 지역명을 붙였다. 보통 꽈리고추를 이용한 반찬은 꽈리고추찜이나 꽈리고추멸치볶음 정도가 있다. 친정엄마 역시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쪄 낸 뒤, 양념장을 발라 꽈리고추찜을 만든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국간장을 써서 반찬을 만드시는데, 여름 반찬으로 하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5-10분 정도 걸리는 요리(?)라 무더운 여름철에 해 먹으면 좋은 반찬이다. 입맛 없을 때 꽈리고추와 국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을 살짝 떠먹으면 후루룩 넘기기에도 좋다. 아주 간단하지만 맛 좋은 반찬이다.


- 재료: 꽈리고추, 국간장, 통깨, 미원

- 만드는  
  ① 씻은 꽈리고추를 냄비에 넣고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끓인다.
  ② 꽈리고추의 매운 향이 올라올  국간장과 소량의 미원을 넣어 ‘약간 짭조름하다고 느껴질 정도' 국물 간을 한다.
  ③ 포크나 젓가락으로 꽈리고추에 구멍을 내어 국물 간이 베일  있도록 한다.
  ④ 꽈리고추가 적당히 익으면 불을 끄고 통깨를 듬뿍 넣는다. 이때 꽈리고추가 너무 익지 않도록 주의한다.


◆ 부추고추장무침

부추를 살짝 데쳐서 고추장으로 한 양념으로 무치면 그 맛이 훌륭한 반찬이다. 보통 부추는 오이랑 양파를 곁들여 고춧가루 양념을 해서 아삭아삭하게 먹는데, 살짝 데치면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역시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요리다.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밥에 비빈 뒤 계란 프라이 하나 얹어 먹어도 좋다. 시어머니표 반찬들은 대체로 국간장으로 맛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국간장이 짜다고 해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감칠맛을 내서 반찬을 만들 때에 아주 유용하다. 양 조절만 잘하면 무침 요리에 제격이니 꼭 넣어보기를 추천한다.


- 재료: 부추, 고추장, 참기름, 설탕, 매실액, 국간장, 통깨

- 만드는 법
  ① 부추를 다듬고 씻은 뒤, 끓는 물에 넣어 살짝 데친다.
  ② 찬물에 부추를 식힌 뒤, 고추장 양념(고추장, 참기름, 설탕, 매실액, 국간장 등)을 넣어 무친다.
  ③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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