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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원 Oct 24. 2021

가슴 뻥 뚫리는 케이블카

며느리지만 가끔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_ 1. 오늘은 나도 관광객

통영이 꽤나 유명한 관광지역이라 그런지, 시댁 밖을 나서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도 좁은 데다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심하고, 어딜 가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웬만하면 차를 몰고 시댁 밖을 나서지 않으려는 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남편은 유독 차가 막히고 주차가 힘든 걸 질색한다. 부산에서 자란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부산은 해운대 같이 신도시가 아닌 이상 일명 ‘고바위’가 많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다. 또 좁은 골목길들이 많아서 운전하기 힘들다. 통영은 그런 부산의 작은 버전 같다. 


“통영도 부산만큼 운전하기가 힘드네요.”
“시내만 나오면 멀미를 한다니까.”


시부모님께서도 통영 시내를 돌아다니면 멀미를 하게 된다고 인상을 찌푸리신다. 어쨌든 통영은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교통난과 주차난이 심해 자동차를 몰고 나가는 걸 망설이게 된다. 통영 시내를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유일하게 자주 찾는 곳이 바로 미륵산 케이블카다. 주차 구역이 다른 곳보다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 케이블카 타러 가자는 말을 자주 건넨다. 그래서 케이블카는 서너 번 탔다. 남편이랑 단 둘이 탄 적도 있고, 친정 식구들과 탄 적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돌 무렵이 된 이후에 타기도 했다. 


통영의 케이블카는 미륵산에 위치해 있다. 미륵산은 해발 461m 되는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서,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탈 만하다. 주변 경관 때문인지 미륵산은 산림청에서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또 통영 8경 중 하나이기도 하니,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기에 좋다. 미륵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되기에 아주 편하다. 통영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로 유명한데, 정상으로 올라가는 10분 동안 통영 시내부터 통영바다까지 한 번에 통영을 즐길 수 있다.  


처음 케이블카를 탔을 때,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광경이 아직 생생하다. 처음에는 기다란 케이블카에 관심이 갔고, 케이블카를 타서는 통영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여긴 어디고 저긴 어디다 면서 정신없이 설명해 주는데,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아기자기한 시내 모습만 보였다. 통영이 행정구역상 ‘시’이긴 하나, 그 모습이 워낙 작고 오밀조밀해서 ‘마을’ 같은 인상을 준다. 거칠고 세련되기보다 여리고 예스러운 멋이 있다. 그래서 처음 케이블카를 탔을 때에는 통영 마을’을 감상하느라 정신없었다. 


친정 식구들과 두 번째로 케이블카를 탔을 때에는 케이블카보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한 번 타 봐서 그런지 10분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스카이워크에 도착하는데,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서 안전하게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케이블카 비용(2021년 기준 성인 왕복 약 1,4000원)이 다소 비싸게 느껴졌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 전망이 워낙 뛰어나서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해도 훌륭한 사진이 나와, 식구들과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을 찍은 후 20분 정도 더 올라 미륵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스카이워크에서는 다소 관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바다를 감상했는데, 미륵산 정상에 오르니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연의 거침과 투박함 속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미륵산에서 내려다 본 한려해상국립공원


아이가 돌이 지날 무렵, 남편이 케이블카를 타러 가자고 해서 또다시 미륵산으로 향했다. 그때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통영과 편백나무 숲, 그리고 바다까지 아이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조잘조잘 이야기해댔다. 아이는 그저 바깥 풍경이 신기한 듯 내려다볼 뿐이었지만. 아이를 보고 있으니 처음 남편과 케이블카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도 내가 듣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내가 아이에게 그렇듯 많은 것들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아이가 있어서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나무데크에서 바다를 감상하였다. 아이의 모습과 바다 위의 섬들이 꼭 닮아 있는 것 같아, 바다와 섬들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최근 들어 남편이 또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가자고 한다. 아이의 키와 몸이 큰 만큼 산과 바다를 받아들이는 마음도 커졌을 것이라며. 여러 번 케이블카를 타 봤지만 그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달랐던 것처럼 아이도 그럴 것 같다. 네 살이 된 아이가 케이블카를 타면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또 정상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어떤 기분을 느낄지도 궁금하다. 


두 돌 무렵, 첫 케이블카를 타다



* 통영 케이블카는 성인 기준으로 왕복 14,000원이며, 루지 등을 함께 탔을 때 할인이 된다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1544-3303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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