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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원 Oct 24. 2021

때론 특별하게, 섬으로 가자

며느리지만 가끔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_ 1. 오늘은 나도 관광객

통영은 섬 여행지로 유명하다. 에메랄드빛 남해 바다를 품은 통영에는 약 570여 곳이나 되는 섬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미륵도가 있고, 서쪽으로는 사량도, 남쪽으로는 욕지도, 그리고 동쪽으로는 한산도와 매물도가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아기자기한 섬들이 어우러져 있다. 시댁이 통영이라 섬 여행을 많이 갔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 본 곳은 두 곳밖에 되지 않는다. 주로 명절이나 제사, 생신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통영을 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나름대로 바람이나 쐬자며 밖으로(?) 데려가지만, 자주 그러지는 못한다. 하지만 섬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에 휴대전화 메모장에 가고 싶은 섬과 숙소, 볼거리 같은 걸 틈틈이 기록해 두고 있다. 섬 여행이라고는 제주도밖에 몰랐던 내가 섬 여행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남편과 함께 갔던 통영의 섬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본 곳은 소매물도와 욕지도다. 소매물도는 결혼 초기에 남편과 단둘이 당일치기로 다녀온 섬이다. 소매물도 남쪽에 등대섬이 하나 있는데, 밀물과 썰물 때를 잘 맞춰 가야지만 등대섬으로 갈 수 있다. 가는 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아 여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어서 처음 섬 여행을 하거나 섬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등대섬으로 가는 길에 아기자기한 몽돌해변(몽돌밭)이 있는데, 살짝 발을 담가 건너기에 좋다. 하루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는 귀한 길(?)이라고 해서 신발과 벗고 발을 담갔는데, 몽돌이 약간 미끄럽긴 했지만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바닷물 느낌이 꽤나 좋았다. 주위에 펼쳐진 소나무와 몽돌해변, 등대, 남해 바다로 이어지는 광경이 발가락 사이에 들어왔던 바닷물 느낌만큼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제대로(?)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사실 소매물도 여행을 하기 전날, 형님네 부부와 술을 많이 마셨는데 그 여파로 온전히 섬을 즐기기 못했다. 무슨 정신으로 배를 타고, 멀미를 견뎌내며 섬을 오르내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또렷이 기억난다. 몽돌해변과 소나무, 등대섬, 그리고 남해바다로 펼쳐지는 소매물도 광경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등대섬으로 가는 길


 번째로   통영의 섬은 욕지도다. 욕지도는 아이를 임신하고 입덧이 조금 나아질 무렵, 여름휴가차 1 2 코스로 떠난 곳이었다. 욕지도 여행에서는 남동생이 함께하였다. 친정 식구들과 함께 가려 했는데, 갑자기 여행 계획은 잡은 탓도 있고 친정 부모님과 여동생이 바빠 남동생만 함께 하였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남동생은 언제든지  준비(?) 되어 있었고, 섬으로 떠나자는 말에 망설임 없이 시외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내려왔다. 욕지도 여행을 하기 하루 전날, 남동생이라는 혹을 붙이고 시댁에서 하룻밤 묵었다. 시부모님께서는 반갑게 남동생을 맞이하였고, 든든한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러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안방에 이불을 깔아 주셨는데, 남동생은 그때 일을 떠올릴 때마다 염치가 없었던 자신이 부끄럽다면서 웃음을 짓곤 한다.


어쨌든 욕지도 여행은 남편과 남동생, 그리고 나와 뱃속의 아기 넷이 함께 하였다. 욕지도에는 즐길 거리가 꽤 많았다. 육지에서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차를 들고 간 우리는 섬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곳곳에 펼쳐진 몽돌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또 선창에서 두어 시간 낚시를 했다. 남동생은 생애 처음 해 본 낚시에 아주 흥분하였는데, 용치놀래기라는 생선을 잡으면서 낚시의 손맛을 맛보기도 했다. 또 설마 하는 마음으로 통발을 풀어놓았는데, 거기에 문어가 잡히는 행운도 누렸다. 숙소에 들어와 문어를 넣어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맛있다.  


"매형, 내가 먹어 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나도. 많이 먹어라."


욕지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일몰이었다. 급하게 구한 숙소라 정말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섬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몰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었다. 셋, 아니 넷(뱃속의 아기까지)이서 멍하니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데, 그 분위기가 요란스럽지 않아 좋았다. 일몰이나 일출이라고 하면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정신없이 느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딱 우리들끼리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더 들러야 할 곳이기도 하다.


일몰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욕지도


두 곳을 제외하고 가고 싶은 섬은 연화도와 비진도다. 연화도는 수국이 예쁜 곳이라 6월에서 7월쯤 꼭 가보고 싶다. 남편은 수국을 정말 좋아한다. 남편 덕분에 수국을 알게 되었고, 여름철 수국이 피면 저절로 눈길이 가곤 한다. 한 번은 결혼기념일 때 수국 한 송이를 남편에게 선물하였는데, 이런 걸 왜 주냐며 퉁명스럽게 말하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수국이 참 예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오빠, 연화도를 수국섬이라고도 한대. 다음 여름에는 연화도 가자."
"나야 좋지."


수국을 좋아하는 남편의 동의(?)를 얻었으니, 내년 여름휴가는 연화도로 떠나야겠다. 비진도는 머물고 싶은 숙소가 있어서 찾고 싶은 섬이다. 모래 해변과 몽돌해변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작은 민박집인데, 비진도 여행을 하게 되면 가려고 번호를 저장해 두기까지 했다. 숙소에서 본 풍경이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다. 사진으로 본 비진도가 유독 예쁘게 느껴진 이유가 궁금했는데, 비진도라는 이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비진도는 이순신 장군이 비진도 앞바다에서 왜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보배 진에 비할 만만 섬’이라고 일컫은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머지않아 경험해 보고 싶다.



* 섬으로 향하는 배편은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 또는 한솔해운(055-645-3717), 대일해운(055-641-6181)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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