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의 집합주택이나 공공, 혹은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건축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가 많지 않습니다.
단독 주택에 건축가가 설계를 맡는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최근에서야 단독주택이나 소형 상가주택에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조금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단독주택 건축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주거 유형의 비율도 단독주택의 경우가 높습니다. 따라서 주택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48년생으로 세계적인 주택 전문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는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는 건축이외에도 수많은 주택관련 기고와 연재, 저서를 집필한 왕성한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전에 읽었던 '집을 순례한다' 시리즈 2권과 '집을 짓다' 가 국내에 번역서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큰 쇼크를 주었습니다.
부에 대한 척도로서의 집의 소유가 천재지변에 덧없이 무력화되고 마땅하다 생각하던 전기, 가스, 수도 공급이 끊기는 경우가 생긴 것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도 이런 과정을 통해 집에 대한 초심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 읽은 책,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는 그런 그의 생각을 담은 작은 오두막집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과 그림도 많은 140여 쪽의 짧은 글로 이뤄진 책이지만 가슴 한켠 가져온 세컨하우스(아파트를 벗어난)에 대한 로망의 불을 지피기엔 충분합니다.
목욕물과 방을 장작으로 데피고 빗물을 정수해서 지하 저수고에 가뒀다가 태양열로 모터를 돌려 펌프로 올리고 불도 밝히는 자급자족의 삶.
그리고 자연.
하늘 뿌연 주말에 아파트 큰 창으로 또 다른 아파트 숲을 바라보며 읽기는 했지만, 책속에서 덩달아 푹 쉬고 온 듯 휴식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