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공간적인 해석과 역사 이야기
파리와 불어로 공간이나 장소를 의미하는 espace[에스파스]
'파리,에스파스'는 파리의 공간적인 해석을 다룬 건축 인문서입니다.
익숙한 도시를 건축 전문가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조망하거나 부연을 덧붙인 책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파리, 에스파스'의 저자 김면 대표는 플랑스 공인 실내 건축사로, 실내 디자인과 건축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로서 그의 시각을 건축물의 실내가 아닌 도시 전체 공간으로 확대하여 이 책을 엮은 것이 이채롭게 다가옵니다.
길이나 광장, 정원 그리고 시장 등을 도시를 구성하는 오브제로 바라보는 도입부를 읽어 보면, 서너번은 갔었을 파리 거리를 다시 한번 찬찬히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리 전체를 무대로 마치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처럼, 걷는 중간 눈에 비치는 풍경들의 공간 구성과 숨은 의미를 해석하여 소개하는 듯한 구성이 매우 입체적입니다.
저자가 쓴 글에 덧붙여진 직접 촬영한 사진과, 전문가의 터치로 그려진 일러스트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용 중 수년 전 아내와 휴가 중 우연히 보고 인상적이었던 파리 플라주, 즉 센강을 7~8월에 걸쳐 약 한달 동안 모래를 부어 인공 해변으로 만들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많은 분량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선조들로뷰터 답습되어 유지되는 고풍의 도시에서 능동적으로 도시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시도가 실내 건축 전문가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거라고 유추해 봅니다.
건축, 특히 개별 건축물의 집합체인 도시로부터 점강적인 일반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건축 인문서의 저작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휴일에 읽은 휴식같았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