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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r 28. 2018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보고

그 어떤 비판도 찬사도 없는 공허한 건축물

시청 개청식에 참석한 유걸 선생님이 텅빈 VIP석에 앉지 못하고 '저 뒤로'가란 시청 직원의 안내에 거적 위에 앉아 행사를 보는 후반 장면이 생각납니다.  

"내가 설계가요."


행정의 힘으로 컨셉설계 공모 당선자인 유걸 선생님과 삼성물산, 삼우설계사무소 모두 선의의 피해자가 된 시티홀의 건축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는 시종 담담하게 그 과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으로 인내와 관용, 통제와 결속을 조화시키며 시티홀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소영수 주무관의 말이 뇌리에 남습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잘한 것은 잘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아무런 말이 없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건물을 마무리했는데도 그 어떤 찬사나 비판이 없는 침묵의 시간은 마치 무대위 공연을 마치고 불꺼진 객석을 바라보는 연극 배우의 공허함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하튼 시티홀은 이미 거기 서 있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에 녹여낸 영화감독 정재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지난 2012년 10월 13일 개관 이래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서울시 신청사' 신축에 대한 마지막 1년간의 기록을 담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신청사의 총괄 디자인을 담당했던 '유걸 건축가'를 중심으로, 공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총 400시간에 달하는 관계자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그 동안의 역사가 빼곡하게 담긴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7년간 우여곡절 많았던 신청사 건립의 속사정이 면면히 담겨있습니다.

정재은 감독은 추후 인터뷰에서 "서울 시청사는 일종의 사생아다. 누군가 이런 대형 공공 건축과정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를 통해 이 건축물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것이 관심의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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