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건축가의 집에 대한 이야기
임형남과 노은주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두사람의 이름이 합쳐져서 하나의 브랜드처럼 알려진 부부 건축가입니다.
홍대 건축학과 졸업 동기로 1999년부터 가온 건축을 운영해 오면서 공동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본인들이 도산서원의 오마주라고 밝힌 바 있는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과 이듬 해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가온 건축은 주로 주택 작업을 맡아 해 오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의 '가온'이란 말도 '가운데'라는 순수 우리말 뜻과 '집의 평온함'이란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부부는 함께 하는 건축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저서의 공동 집필을 통해서도 이미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해서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 오고 있습니다.
주로 집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담은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의 최근작인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도 역시 부부가 건축을 위해 쌓아 온 폭 넓은 생각을 흥미롭게 펼쳐놓은 대중적인 눈높이의 책입니다.
다만 기존의 부부의 책과 다소 다른 것은, 문화와 인문학적인 영역을 주로 다루고 건축은 아주 작은 부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의 죽음을 커다란 도서관을 잃는 것에 비유한다.'라는 구절입니다.
아프리카처럼 거의 모든 지식이 다른 도움 없이 구전으로만 후세에 전해지는 사회에서는 평생 쌓아온 노인의 방대한 삶의 지식은 수 많은 책이 쌓여 있는 도서관과도 같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마치 아프리카 노인처럼 그 안에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희노애락 그리고 세월의 때가 쌓여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집에 대한 저자들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공동 작업을 꾸준하게 해 낼 수 있는 것에는, 끊임 없이 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직업관을 혼자 생각만 하기보다는 말로, 심지어 말보다는 글로 정리해서 당당히 대중에게 밝힐 수 있으려면, 용기와 자신감이 얼마나 필요할까하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