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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y 23. 2018

차등의결권 제도 이야기

기업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의 해법인가, 시장경제의 독인가?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진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룰에 의하면, 기업 발행 주식의 지분율은 곧 해당 기업에 대한 주주의 지배력을 의미합니다.

의결권 확보를 위해서 대기업 오너의 경우 과거 순환출자라는 기형적인 기업 지배 구조를 통해 적은 수의 주식을 보유하고도 전체 그룹사에 대한 경영권의 장악을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이라면, 주식 1주당 반드시 1표의 의결권만을 행사할 수 있는 제한은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주식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의 주식마다 차등해서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는 이른바 '차등 의결권'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에 의하면 주식 1주당 기업이 발행 시 정한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을 창업한 뒤 시리즈 A, B, C 등의 외부 투자를 여러 번 받으면서 희석되는 지분율 때문에 자칫 경영권이 위태로와지고 피 M&A에 노출되거나, 투자자들에 의해 기업 방향에 간섭이 생기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경우, 그는 페이스북의 지분율 14.3%에 불과한 주식 보유를 하고 있지만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가진 B Type 주식을 77%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약 60%에 달합니다. 이러한 차등 의결권에 의해 발행된 B Type 주식에 의해 그는 안정적인 페이스북 경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당초 홍콩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며 차등 의결권의 도입을 협상하기도 했으나, 끝내 홍콩 증시가 도입을 미루자 차등 의결권이 보장되는 미국의 뉴욕 증권거래소(NYSE)로 방향을 선회하여 IPO를 한 바 있습니다.  마윈 회장이 상장 당시 보유한 알리바바의 지분율은 고작 8.9%에 불과하지만 안정적으로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홍콩 증시는 이후 차등 의결권을 뒤늦게 도입하고,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샤오미의 기업 공개부터 이 제도를 적용한다고 합니다. 현재 샤오미가 상장할 경우 시총이 한화 기준으로 약 100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등 의결권 제도의 부재가 원인이 되어 알리바바라는 대어를 놓친 홍콩증시로는, 샤오미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이 제도의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등 의결권이 자칫 창업자의 권리 보장만을 강조해서 일반 주주들의 이해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존해왔습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악용할 경우 발생 가능한 기업 지배집단의 독단을 견제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운영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서적인 저항과 시장 내에서의 신뢰 문제로 차등 의결권이 국내에 도입되리라는 전망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초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 위원장이 해당 제도의 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과 제도 개혁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 기존 대기업에 동등한 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의 비등한 갈등이 예상되고, 기존 기업들과의 형평성과 적용 범위의 모호성 때문에 이 제도가 신설되려 해도 길고 험난한 논의 과정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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