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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y 29. 2019

우주경쟁과 인공지능 무한경쟁

영화 히든피겨스로 바라본 인공지능 무한경쟁


영화 ‘히든피겨스’는 흑인 여성의 주류 진입에 대한 역경을 메인 줄거리로 하고 있지만, 영화의 중심 배경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을 둘러싼 국가 간의 자존심 대결입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을 통한 군수 산업의 발전으로 미국이 기술 우위에 올라섰지만, 유독 우주진출에 대해서는 소련과 격차를 넓히지 못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휘말렸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소련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개발하려고 하면서 원천 기술이 되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군비 경쟁이 양국 간에 불붙게 됩니다.
영화 히든피겨스에서 보듯이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고, 개를 우주로 실어 보낸 스푸트니크 2까지 성공하게 되자 미국의 조바심은 극도에 달하게 됩니다.

NASA를 중심으로 미국은 망명한 과학자들을 포함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었고, 모든 자국민에게 우주로 향한 소련과의 경쟁상황을 국론 단결의 기회로 선전 홍보하게 됩니다.

두 나라의 경쟁은 소련이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통해 유리 가가린을 괘도에 쏘아 올리며 미국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후 달착륙으로 목표를 수정하여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미국의 우주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고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로 월면에 발자국을 남기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최근 IT 산업에는 인공지능 즉 A.I. 가 가장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향후 전 세계 IT 산업에서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하던 고유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상업적인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자동차의 운전을 자동화하는 자율 주행차도 이제 멀지 않은 미래에 대중교통부터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료 부분에서는 각종 검사 결과 영상 판독을 인공지능을 통해 높은 정확도로 진단하는 기술분야가 실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단연 선두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은, 민간 기업들의 다양성을 근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 상용화에 선점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이와 같은 미국의 인공지능 분야 선점을 의식하고, 후발 주자로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빠른 단기 성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억 달러 수준의 연구지원 자금을 자국 내 인공지능 연구소에 투입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 지원 범위를 일반 스타트업 등의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중국의 투자 환경을 활용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늘고 있어서, 자국민과 해외 기술이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며 중국의 인공지능 기반 기술의 개발 환경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과 비교하면, 두 국가 간의 기술 격차가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성과가 개방되어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이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투자를 가속화한다면 향후 거대 내수 시장을 겸비한 중국의 경쟁력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다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우주 경쟁과 달리, 미국은 중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국가 간의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경쟁을 극도로 의식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기존의 인공지능 분야의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해당 분야의 기술 성과물을 국가예산을 투입하면서 확보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대규모 공적 재원 투자와 거대 내수시장 그리고 유입되는 외국계 기술들이 어우러져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날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미 드론 산업에서는 자본과 기술, 시장 점유 면에서 중국이 상당 부분 앞서가기 시작한 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우주 경쟁이 국가 간의 정치 군사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자국민의 결속을 다지는 선동 수단이었다면,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선두 국가들의 경쟁은 개별 기업의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엿보입니다.

기술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져서 해당 산업에서의 입지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좁아질 수 있다는 위협 요인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가진 민간 기업의 참여 유도가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조차 어렵게 하는 과거로부터 누적된 다양한 규제가 존재합니다.
신기술이 개발되기에는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최근 샌드박스로 규제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시작되기도 했지만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가 민간기업 관련 기술의 상용화에 걸림이 되는 규제와 제도 개선을 서두르는 것이야말로 후발 주자로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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