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와 들국화
최근 레트로에 대한 선호가 부각되면서 익숙한 디지털 음원 대신 옛 방식의 LP로 음악을 듣는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최근 발매되는 아이돌밴드조차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적은 수량의 한정판 기념 LP를 발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옛 명반들이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재발매되는 반가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기도 합니다.
해체 전 마지막 비틀즈의 앨범 LET IT BE와, 이 음반 디자인을 오마쥬한 들국화 1집 앨범이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팀 멤버들의 크고 작은 이견을 봉합하기가 점점 어려워 보이던 비틀즈.
멤버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한 이 앨범 발매를 계기로, 봉합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앨범을 위해 비틀즈 초창기를 연상하게 하는 스타일로 곡을 쓰며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소속사인 애플 레코드사 옥상에서 초심을 떠올리며 기습 공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와해를 스스로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 명반을 그들의 해체 전 마지막 음반으로 세상에 남기고 비틀즈는 현실을 떠나 전설로만 남게 됩니다. 마지막 수록곡 Get Back처럼 그들은 다시 과거처럼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이 명반을 팬들의 가슴속에 심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 바탕에 멤버 4명의 사진 위에 노란빛 들국화가 아이콘처럼 들어가 있는 그룹 들국화 1집 앨범은 우리나라 가요사에 가장 뛰어난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전인권과 최성원,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허성욱과 주찬권이 들국화의 원년 멤버입니다.
발매 당시 재킷 안에 공연 할인 티켓이 동봉되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티켓을 들고 찾아간 신촌로터리 크리스털 극장에서 전인권과 최성원, 그리고 지금은 고인인 된 허성욱과 주찬권의 강렬한 인상의 공연을 본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명반을 일부 디지털 기술로 복각해서 다시 리마스터링 한 LP 음반은, 음악이 문명의 흐름에 순종하기보다는 정서의 연결고리로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생명력'이 있음을 나타내 주는 방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틀즈 #들국화